‘누가 우리 이웃입니까?’ 율법학자가 예수 그리스도께 드린 이 질문은 꽤나 도발적이었다. 이에 그리스도께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답하셨다. 누구랄 것 없이 모든 이가 우리의 이웃이라고 명료하게 가르쳐주는 비유다.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를 간구하는 ‘일치 주간’을 맞아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고되는 실천사항 또한 바로 이 사마리아인과 같은 사랑을 베풀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하느님의 자녀인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면서도 누가 우리의 이웃인지 또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따져 묻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이번 일치 주간을 보내면서 수많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국제 관계의 불균형, 서구 열강이나 다른 외부 세력이 강제하는 구조에서 더더욱 힘차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자고 권고한다. 나아가, 갈라진 형제들이 일치해 사랑을 실천하고 배움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일치가 왜 필요한지 묻는 것은 왜 가족이 화목해야 하는지 묻는 것과 같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형제애를 나누며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교회, 성공회를 비롯해 다양한 개신교 교파로 ‘갈라진 형제들’의 공통된 정체성도 이웃 사랑 안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치 주간을 보내며 ‘우리는 하느님 사랑의 체험에서(요한 3,16 참조) 우리의 공통된 정체성을 찾고, 서로 사랑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낸다(요한 13,35 참조)’는 성경 말씀을 보다 깊이 되새기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