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성분도은혜의뜰에서 첫 전시 유가족·활동가 20여 명 참여
한 사람이 눈감으면 그 가정은 쉽게 나오기 힘든 슬픔에 잠긴다. 그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경우엔 더 그렇다. 11월 4일부터 13일 서울 동자동 성분도은혜의뜰에서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첫 전시 ‘다시는’을 마련했다.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생기지 않길, 하루 평균 5~6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목숨보다 일이 귀하게 여겨지지 않길 바라면서다. 생명이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길 바라며 열린 전시에는 김혜영(사비나) ‘다시는’ 11월 가족 대표를 포함해 산재 피해 유가족과 활동가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전시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보다 업무가 중시, 경쟁이 당연시되곤 하는 사회에서 노동하다가 목숨을 잃는 산재·재난 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다시는’은 이를 더 잘 알리기 위해 작품들에 작가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 엄마·아빠 등으로 적힌 설명을 보며 어느 한 사람·가정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저희도 교사 부부와 두 아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으로, 성실하고 선하게 살려고 해왔다”며 “유가족 일상을 보여 주고,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산재에 대한 사람들 의식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故) 이한빛(프란치스코) PD의 어머니다.
특히 김 대표는 전시가 유가족들에게도 치유와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1년간 전시를 준비하며 서로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고, 많은 후원자를 통해 힘도 얻었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이뤄졌고, 9월 말부터 한 달 동안 펀딩을 진행했다. 316명이 후원에 참여, 목표액 1500만 원을 훌쩍 넘는 1643만6000원이 모금됐다. 김 대표는 “연대에 고마워 울컥했고, 하느님 뜻인 것 같다”며 다시는 일하다 죽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제가 먼저 손 내밀고 연대하고 사람들을 부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 대표는 남편 이용관(빅토리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아들 이한솔(스테파노)씨와 함께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책 출간, 주보 글 게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봉사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울 때도 결국 하느님께서 손잡아 주셨다”며 “산재 피해자들 죽음을 사회적 죽음, 내 일로 받아들이고, 서로 연대, 부축, 손잡아 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주님이 끝없이 한빛이를, 저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며 “모든 것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기도하고 꾸준히 성경 통독하며 마음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