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주관하는 성직자들의 복장, 교회 내부와 전례 언어와 기도 방식이 모두 달라 볼거리도 풍부했다. 다양한 모습과 언어로 진행되는 기도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두가 당신 지체임을 깨닫게 했다. 다양한 모습 속에서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각자의 언어로 바치는 주님의 기도였고 독서와 복음을 통해 성경 말씀이 일치의 중심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연일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기도회 막바지에 이른 사흘 동안 총격전과 시가전의 희생자들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소식들이 연이었다.
라말라와 예루살렘을 오가던 필자는 총기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할 때마다 나치 수용소로 들어가는 듯했다. 거대한 회색 건물과 철창문이 가로막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경계는 그 자체로 공포스럽다. 끝없이 이어진 장벽이 깊은 슬픔을 자아냈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매일의 비극적 상황에 어떤 언급도 할 수 없었고, 다만 평화, 희망, 그리고 화해를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유다교 국가인 이스라엘과 이슬람 영토인 팔레스타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물리적으로 작고 힘없는 공동체에 불과하다. 마지막 기도회에서 예수회의 한 신부는 부드럽고 조용한 음성으로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아주 작은 수지만 여전히 우리는 희망의 소리, 화해와 평화의 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