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23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교구대회 이모저모

포르투갈 포르투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8-08 수정일 2023-08-08 발행일 2023-08-13 제 335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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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달라도 주님 안에 모두 친구” 기쁨 가득했던 축제의 장
각국 순례단 환영 분위기 고조
사제·수도자들도 즐겁게 참여
‘한류’에 한국 청년들 인기 높아
교구대회 미사 1만6000명 참례
모젤루스 본당, 한국 청년 환대
홈스테이 등 각종 행사에 정성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이하 리스본 WYD) 본대회에 앞서 7월 26일부터 31일까지 포르투갈교회 17개 교구에서 교구대회가 열렸다. 교구대회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전 세계 신앙인들과 친교를 이루도록 돕기 위한 행사다. 한국교회 청년들도 포르투·레이리아-파티마·브라가 교구 등으로 나뉘어 교구대회에 참여했다. 살레시오 수녀회 순례단과 동행한 포르투교구 대회 현장을 전한다.

7월 29일 포르투교구 대회에 참가한 의정부교구 순례단 청년들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포르투 온 거리가 축제 현장

◎… 전 세계 청년들을 맞이한 포르투는 온 거리가 축제 분위기였다. 자동차와 버스들은 길을 지날 때마다 빵빵 경적을 울리며 순례단을 환영했다. 국기를 앞다퉈 펄럭이며 행진하는 각 나라 청년들의 기분 좋은 함성이 길목마다 퍼져 나갔다.

◎… 청년들은 다른 언어를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만나는 이마다 눈빛과 간단한 몸짓으로 의사소통했다. 번역기 앱을 사용해 이뤄지는 대화만으로도 만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누군가 핸드폰을 들면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 렌즈 앞으로 뛰어들어갔다. 사제와 수도자들도 청년들과 함께 섞여 노래하고 춤췄다. 성당과 박물관, 해변, 모든 길거리가 청년들에게 축제 현장이었고 기쁨의 무대였다.

◎… 현지에서 한국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외국인들은 동양인 순례단을 만날 때마다 ‘한국인’이냐고 묻고 곧바로 K-POP의 한 소절을 뽑아냈다. 포르투교구에서 마련한 콘서트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말춤을 췄다.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나 한국식 성화를 활용한 기념품들은 특별한 인기를 끌었다. 누군가 한국 기념품을 꺼내기만 하면 사방에서 달려와 손을 뻗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한국 청년들과 브라질 청년들이 포르투 현지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7월 29일 한국 청년들이 포르투교구 대회 중 열린 공연을 즐기고 있다.

◎… 포르투교구는 17개 교구 중 가장 많은 순례자를 맞아들인 교구였다. 대구, 안동, 의정부, 대전, 마산, 제주, 군종교구 등도 포르투교구 대회에 참여했다. 길에서 한국인 청년들을 만나면 청년들은 두 배로 반가워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응원을 보냈다.

◎… 7월 29일 포르투 시다드 공원에서 포르투교구장 마누엘 린다 주교가 주례한 교구대회 미사에는 청년 1만6000명이 참례했다. 뜨거운 볕 아래에서도 청년들은 지친 기색 없이 기도했고, 옆자리에 앉은 다른 나라 청년들과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7월 30일 모젤루스 본당 신자들과 살레시오 수녀회 순례단 청년들이 야외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 환대한 본당 공동체

◎… 포르투교구 모젤루스 본당은 살레시오 수녀회 순례단이 본당에 도착하자 성당 앞마당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박수를 치며 환대했다. 어른들은 포르투갈 전통 음식을 대접하고, 전통 음악 ‘파두’를 선보였다.

◎… 한국 청년들과 본당의 중고등학생 청소년은 그룹을 지어 도시 탐방을 했다. 포르투는 역사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낭만의 도시다. 한국 청년들은 모젤루스 청소년들의 안내를 받아 포르투대회 행사들을 참여했고, 포르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 클레리구스 성당, 포르투대성당을 방문했다. 유명한 포트와인 생산지인 만큼 코르크 마개 공장을 견학하기도.

◎… 본당은 한국 전통 무도인 태권도 유단자들을 초대해 시범을 보였다. 한국 청년들도 본당 공동체에 마음을 담아 율동 찬양을 선물했다. 양국 청년들은 함께 해변을 즐기고, 체육관에서는 배구 게임과 줌바 댄스를 추며 교류했다. 마지막 날에는 본당 공동체가 한국 청년들을 위해 온종일 정성들여 꾸민 야외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살레시오 수녀회 김진희(모니카) 수녀는 감사의 표시로 본당에 한복을 입은 성모님 액자를 선물했다.

문효정(맨 오른쪽)씨가 홈스테이 가족에게 한국식 성물을 선물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포르투갈에 부모님이 생긴 기분이에요!” 교구대회의 묘미는 홈스테이. 청년들은 2명씩 짝지어 신자 가정에서 머물렀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매일 성당에 모여 아침기도를 바치고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호스트 가족들은 정성스러운 식사를 마련하고, 옷 다림질까지 해주며 한국 청년들을 감동시켰다. 지하철이 끊길 만큼 늦은 시간에 귀가한 청년들을 위해 차를 가지고 온 가족이 마중을 나오는 등 호스트 가족들은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줬다. 매일 밤마다 파티를 즐기고 주말 소풍을 다니며 깊은 유대를 형성한 양국 신자들은 마지막 날 이별을 앞두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청년들은 홈스테이 가정에 한국식 성물을 선물했고, 가족들은 처음보는 성물에 놀라워하며 감사를 표현했다.

이니에스 소자(16)양은 “처음에는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지낸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더 없이 소중한 체험이 됐고 우리 가정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문효정(클로틸다·23)씨는 “홈스테이 가족들이 진짜 가족처럼 많은 것을 내어주고 늘 챙겨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었다”며 “이번 홈스테이 경험을 통해 나도 사랑을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상아(안젤라·34)씨는 “전 세계인의 일치를 소망하며 청년대회를 왔지만, 교구대회를 통해 이미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포르투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