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문제로 제한적이었던 해외관광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인들의 백두산 천지 탐방이 잦아지고 인근의 풍광 사진이 SNS를 통해 1~2주에 한 번씩은 올라오고 있습니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동파, 서파, 남파, 북파로 구분되는데 북쪽 삼지연을 거쳐 오르는 동파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을 통해 가야 합니다. 그래서 동파, 서파, 남파, 북파로 모두 탐방한 분들은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십니다.
한편 북쪽과 중국 사이에는 신종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한 지 3년 7개월 만인 2023년 8월 방역 등급 조정에 따라 제한적인 개방 조치가 있었습니다.
2023년 7월에는 북쪽의 전승절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북쪽으로 입국했고 8월 16일에는 카자흐스탄 세계 태권도 대회 출전을 위해 북쪽 대표단이 압록강 철교를 통해 중국으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평양과 베이징, 평양과 블라디보스톡 간의 항공기 운항도 재개되고 고려항공 여객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장기간 체류 중이던 북쪽 주민들이 평양으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국 관광객의 입국이나 화물트럭 운행 허용과 같은 전면 개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앞선 백두산 천지 탐방 경로와 맞물려 북중 간의 공식적인 ‘국경 개방’이 부러울 뿐입니다. ‘국경’이란 국가의 경계이지요. 그동안 ‘경계’는 폐쇄와 단절을 의미했고 지역 경제적으로도 낙후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우리와 북쪽과의 경계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인데 북쪽과 중국과의 경계는 폐쇄와 단절이 아닌 연결과 협력, 공존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입니다.
문득 1980년대 초반 중학교 시절 반공 웅변대회에서 발표했던 원고가 생각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4번은 바뀌었어야 할 이곳 155마일 휴전선은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우리 마음을 모아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고 여기 선 이 연사 힘차게 힘차게 외칩니다.”
그때로부터 다시 또 4번 강산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국경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더구나 이제는 남과 북의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최전방이 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셨던 홍범도 장군이나 김좌진 장군 같은 분들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감정이입을 해 봅니다.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니….” 이러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