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인 최초 교황에게 교리교사 직무 수여받은 박모란·백남희씨

박주헌
입력일 2024-03-09 수정일 2024-03-20 발행일 2024-03-17 제 338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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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교리교사 박모란씨(왼쪽)와 백남희씨(오른쪽)가 3월 6일 교구 청소년센터에서 교리교사 직무 수여 증서 사본을 들고 있다. 두 교사는 “하느님과 함께라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교리교사 직무의 본질을 깊이 새겨 다양한 체험, 아이들을 향한 관심, 하느님 현존을 증거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 박주헌 기자

박모란(클라라·56·인천 박촌동본당)씨와 백남희(마르가리타·56·인천 송림동본당)씨가 1월 21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인 최초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교리교사 직무를 수여받았다. 세계 각국 교리교사 9명이 직무를 수여받는 미사에서였다.

각각 27년, 36년간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헌신한 두 사람은 “교리교사 직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며 “아이들 마음에 신앙을 불어넣고 키워주는 교리교사로서 사명감 위에 더욱 열심히 봉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황은 2021년 5월 자의 교서 「오래돤 직무」를 통해 교리교사 직무를 공식 제정했다. 평신도 중에서 신앙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도록 전문적 양성을 거친 교리교사 직무의 전문성을 부각하고 엄연한 평신도 사도직임을 강조하는 행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사목 계획을 수행할 성직자들이 부족하므로 교리교사들의 직무는 대단히 중요하다”(4항)는 내용대로다.

두 교사는 “한국인 최초로 직무를 받았다는 자부심보다는 오히려 큰 책임감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다. “직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봉사와는 다른 것이며, 교회의 신앙 전달과 성장을 위해 주님의 도구가 되도록 부름받았다는 귀중한 사명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큰 은총에 대한 감사보다 ‘하느님께서 교리교사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있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더 컸어요. 단순히 어떤 수업을 할지 같은 고민보다 교리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후배 교사들에게 어떤 모범을 보여줘야 할지에 집중하게 됐죠.”

박씨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통해 미래의 신앙을 심어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앙 안에서 나아갈 삶의 방향을 알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는 시간은 교리교사의 수업을 통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흐름에서 백씨는 “단순한 신앙 지식 주입이 아닌, 아이들이 신앙을 체험하고 성찰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교리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는 기쁨,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사랑을 실천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마음에 심어주는 거예요. 교육을 통해 '작은 평화의 사도’로 자라난 아이들은 복음을 전파하는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바로 설 수 있게 됩니다.”

두 교사는 “영성 캠프, 생태적 회심을 위한 쓰레기 매립장 방문 등 지식과 활동이 균형을 이룬 수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친교와 교류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말 못 할 힘듦으로 성당에 발길을 끊은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놓지 않는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어”라는 말에는 성당에 나오라는 강요가 아니라 “잘 이겨낼 거야, 선생님이 기억하고 있을게, 힘내”라는 진심 어린 지지만 담겼다.

“교리교사는 아이들 미래 신앙의 책임자”라고 입을 모은 박씨와 백씨. 그들은 끝으로 “아이들에게 하느님을 심어주려면 교사들이 매 순간 함께하시는 하느님 현존을 느껴야 한다”며 “현존 체험을 나눌 수 있는 교사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회 신앙의 전수자'라는 소명 의식에서, 먼저 하느님과 함께하는 행복을 서로 일깨워주는 공동체로 나아간다면 좋겠습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