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문화권마다 기준 달라도 최소한의 격식 갖추도록 권고 ‘하객패션’ 준비하듯 미사에도 예의·배려 필요 하느님 향한 마음가짐으로 복장 상태 스스로 점검해야
여름철만 되면 본당 사목자의 고민거리가 늘어난다. 미사 참례자 ‘복장’ 때문이다. 이미 많은 본당 주보에 ‘민소매’, ‘반바지’, ‘핫팬츠’ 등을 지양하라는 공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 올바른 미사 참례 복장에 대해 알아본다.
교회는 미사 복장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교구, 본당 사목자 성향에 따라서 기준은 달라진다. 실제로 일명 ‘핫팬츠’ 로 불리는 과하게 짧은 반바지를 제외한 웬만한 반바지를 허용하는 본당도 있지만 여름철이라도 반바지를 일절 입지 않도록 지도하는 본당도 많다. 또 연령대에 따라서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다. 중고등부 미사에는 반바지를 입은 학생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비교적 참례자의 연령대가 높은 미사일수록 반바지 착용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교회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윤종식(티모테오) 신부는 “미사 참례 복장에 대해선 각 나라, 문화권마다 기준이 다르다”며 “미국교회의 경우 하의를 중요시하고 상체 노출의 경우 관대한 편인 반면, 우리 한국교회는 주로 상체를 가리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예를 들었다.
복장에 대한 대처도 다양하다.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은 참례자가 미사에 적절하지 않은 복장을 입었을 시 수건이나 담요 등으로 가리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몇몇 유럽 성당은 성당 안에 담요를 비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본당 사목자들은 미사 참례 복장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실제로 중고등부나 청년 미사를 주로 맡는 본당 부주임·보좌 신부들의 경우 젊은 층의 복장을 지도하기 어렵다 보니 아예 공지만 간단하게 내보내고 자율에 맡기거나, 복장의 노출이 심각한 수준이 아닌 이상 딱히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서울 암사동본당 보좌 박주륭(이사악 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사람마다 생각과 기준이 달라 복장 문제를 지도할 때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또 참례 복장을 지도하는 것 자체를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기는 신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시대적 흐름을 따라 복장을 비롯한 미사 참례의 장벽을 낮추고 어느 정도 자유로움을 허용한 바 있다. 이후 참례 복장 기준이 모호해지고 일부 참례자들의 경우엔 자유로움을 넘어 전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에 대한 인식이 다소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식 등을 위해 SNS에 ‘추천 코디’가 성행하는 것처럼 의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많다. 이런 면에서 미사 복장도 과하지 않은 선에서 신자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윤종식 신부는 “성당은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곳인 만큼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복장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장 문제가 계속된다면 교구나 본당이 복장을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라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옷을 입었는가보다는 자신의 복장이 교우들이 미사를 드리는 데 혹여나 방해되지는 않을지 스스로 점검하고, 교우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