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별기고] ‘천주교 중국화’에 노력 기울이는 중국교회

박지순
입력일 2024-07-22 수정일 2024-07-23 발행일 2024-07-28 제 340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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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녹아있는 천주교로 변화하며 친근감 높여

중국 정부가 천주교를 비롯해 5개 종교의 ‘중국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 신의식(멜키올) 회장이 최근 중국 천주교 단체의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신 회장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경험한 현재 진행 중인 ‘천주교 중국화’의 모습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본지에 다음의 글을 기고했다.

필자는 안양(安陽)사범학원 외국어학원과 허난성(河南省) 천주교중국화연구중심의 초청으로 7월 1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 방문 장소로는 베이징의 중국천주교신철학원(中國天主敎神哲學院), 허난성 안양의 안양사범학원 외국어학원, 안양주교좌성당 그리고 역사문화 명소였다. 전 일정은 안양사범학원 교수이자 허난성 천주교중국화연구중심 주임인 류즈칭(劉志慶) 교수가 동행했다. 이번 탐방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천주교 중국화’에 대한 노력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과연 중국 현지에서 ‘천주교 중국화’의 실체를 찾아볼 수 있을지 없을지를 반신반의하면서 탐방에 임했다.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내용은 중국천주교신철학원의 중국화 노력과 안양의 갑골문이다. 중국천주교신철학원은 중국 수도자와 성직자들 교육의 산실로 우리나라 대신학교격의 교육기관이다. 안양은 중국 상(商)나라 때 은허(殷墟)라 불리던 곳으로 왕릉이 있던 곳이며 갑골문이 발견됨으로써 중국이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접어드는 계기가 된 역사적인 도시이다. 이러한 특별한 장소와 역사적 지역을 통해 천주교 중국화가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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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중국 안양주교좌성당 지하 소성당에서 신의식 교수(왼쪽)에게 돌 모자이크 벽화를 설명하고 있는 옌즈밍 신부. 신의식 교수 제공

■ 중국천주교신철학원의 중국식 성당 건축과 중국풍 성화

중국천주교신철학원은 원래 1992년에는 하이디앤취(海澱區) 창와제(厂洼街)에 있던 것을 2006년에 이곳 다싱취 싱예다제로 이전했다. 중국천주교신철학원 부원장 리수싱(李樹興) 신부로부터 반가운 환영을 받으며 학교를 둘러봤다. 중국천주교신철학원은 중앙에는 베이징 톈탄(天壇)공원의 치녠뎬(祈年殿)을 모방해 만든 성모영보(수태고지) 성당이 있었고, 그 둘레로 4동의 건물(성 요한 강의동, 성 야고보 양성동, 성 베드로 성당, 성 요셉 도서관)이 배치돼 있다.

신철학원 중앙에 위치해 있던 성모영보 성당은 치녠뎬을 축소시켜 놓은 모습이었다. 성당 건물로 지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치녠뎬은 황제가 매년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그러한 상징적인 건축물을 성당으로 건축한 것은 천주교 중국화의 대표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말 마테오 리치 선교사가 전교를 위해 승려의 승복을 벗고 사대부 복장으로 환복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신철학원에서 눈에 띈 것은 최후의 만찬 그림이었다. 신철학원 식당 정면 벽에는 고상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 최후의 만찬은 중국식 복장을 한 예수와 열두 제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좌우로 효친존사(孝親尊師,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을 존경하라), 지은보은(知恩報恩,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하라)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이 또한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천주교 중국화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었다.

‘치녠뎬’ 모방해 만든 ‘성모영보 성당’ 중국식 복장의 ‘최후의 만찬’ 성화 등
중국교회 변화 반가우면서도 끝나지 않은 ‘의례 논쟁’에 노파심도
‘중국식 천주교’로 오해할 수 있기에 중국화 대신 ‘탈외래종교화’ 썼으면

■ 허난성 천주교중국화연구중심의 중국화에 대한 노력

중국방문 2일차 오후에는 허난성 천주교중국화연구중심을 들렀다. 그곳의 안내서를 통해서 중국화 내용을 잘 알 수 있었다 허난성 천주교중국화연구중심의 로고 가운데에 갑골문 ‘천’(天)자가 놓여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은 3000년 전 도읍을 안양으로 정한 것에 대한 의미와 ‘만물의 주재’라는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또 마테오 리치가 차용한 ‘천주’라는 말 자체가 이미 천주교 중국화의 의의를 갖추고 있다고 안내서에 언급돼 있다.

연구중심의 주임인 류즈칭 교수는 천주교 중국화의 연구 결과물로 ‘중국 천주교 교구 연혁표’와 ‘중국천주교 교구 현황 설명도’를 필자에게 선물로 주었다. 중국의 교구 분할 시기, 현재의 교구와 교구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로 만든 것이었다. 이 자료는 아직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천주교사와 한국교회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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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천주교 교구 연혁표. 신의식 교수 제공

■ 안양교구 주교좌 성당의 중국화 노력- 갑골문 돌 모자이크 벽화

중국방문 3일차는 안양시 얼다오제(二道街)천주교당을 방문했다. 예수성심을 주보성인으로 하는 이 성당은 중국 정부와 교황으로부터 모두 인정받은 안양교구의 교구장 장인린(張銀林, 요셉) 주교가 계시는 주교좌본당이다. 안양교구는 예전에는 웨이후이교구(衛辉教區)라 불렸는데, 현재는 안양(安陽)교구라 불리고 있다.

안양주교좌성당의 전면은 아직 콘크리트 벽면 그대로 남아 있다. 로마 유학을 하고 온 옌즈밍(延志明) 신부가 갑골문의 글자 형태로 성경 내용을 돌 모자이크 벽화로 만들어 붙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교좌성당 내의 한 벽면에는 갑골문의 ‘안’(安)자와 ‘가’(家)자를 이용한 성경 구절을 벽화로 구현해 놓았다. 예술적으로 보기에도 독특하고 아주 훌륭했다. 어떻게 보면 천주교 중국화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 이러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다음번 안양주교좌성당을 방문했을 때 멋진 갑골문 형태의 성경 내용을 설명하는 돌 모자이크 벽화가 성당 정면에서 나를 반겨주기를 희망해 보았다.

필자의 이번 중국방문은 새로운 것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천주교 중국화’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천주교 중국화’보다는 복잡하지만 ‘천주교의 탈외래종교화’라는 용어가 그 의미상으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천주교의 ‘토착화’ 또는 ‘현지화’라는 말을 사용했던 적도 있으나, 이러한 용어 역시 다양한 의미 전달로 인해 혼돈의 여지가 있기에 간결하게 필자는 ‘천주교의 탈외래종교화’라는 말의 상용이 좋다고 제안한다. 또 ‘천주교의 중국화’가 잘못 전달돼 ‘중국식 천주교’로 오인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교회의 변화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당 벽면에 ‘평등, 자유, 화해, 문명, 민주, 부강’이라는 내용의 글이 반드시 붙여져 있어야만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의례 논쟁이 오버랩되는 것은 필자의 노파심 때문일까?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천주교 중국화가 중국인들에게는 평안과 위안이 되고 구원의 참 진리를 전하는 종교로 제대로 자리매김하기를 필자는 조심스럽게 기원해 본다. 끝으로 이번 중국방문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과 중국 교계 전체에 주님의 풍성한 은총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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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신의식 멜키올(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 회장·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