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부활 특집] 부활하신 예수님의 실제 이동 거리는?

이형준
입력일 2025-04-16 09:42:32 수정일 2025-04-16 10:22:01 발행일 2025-04-20 제 343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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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에 나타난 행적 중심으로 예수님 이동 거리 현실적으로 파악해 보면
예루살렘과 티베리아스 호숫가, 올리브 산까지…40일간 약 330km

신약성경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의 굵직한 행적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예루살렘의 무덤에서부터 승천한 장소로 알려진 올리브 산까지, 예수님은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다양한 장소에서 나타나시며 세상에 당신의 부활을 선포하셨다. 그렇다면 성경을 바탕으로 살펴봤을 때 부활한 예수님은 승천 전까지 몇 킬로미터를 이동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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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에 기록된, 부활 이후 예수님의 행적을 현재 지도에 표시해 봤다. 40일간 최소 330km 이상 이동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예루살렘과 엠마오 왕복

부활한 예수님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예루살렘의 무덤 인근이었다. 안식일이 지난 주간 첫날 새벽,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여인들이 천사에게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듣고 무덤을 나서 달려가던 중 갑자기 예수님께서 마주 오시며 “평안하냐”고 물으셨다.(마태 28,1-10 참조)

지금 예수님의 무덤 자리라고 알려진 곳은 예루살렘의 구시가지로, 주님 무덤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부활한 예수님의 여정이 시작됐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예수님은 여인들에게 나타나신 후, 같은 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도 동행하셨다. 특히 루카복음은 이 여정을 자세하게 다룬다. 교회사 전승은 엠마오의 위치를 대략 예루살렘의 서쪽 혹은 북서쪽으로 본다. 어찌 됐든 루카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이 여정만큼은 확실히 ‘걸어서’ 이동하셨다.

루카복음은 예루살렘에서 엠마오까지의 거리를 예순 스타디온이라고 언급하는데, 1스타디온은 대략 185m 정도로 예순 스타디온은 11km를 웃돈다. 예수님은 이 거리를 두 명의 제자와 함께 걸으시며 이야기 나누셨고, 제자들의 집에서 그들의 눈을 열리게 하신 뒤 돌연 사라지셨다.

루카복음은 예수님을 목격한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인들, 열한 제자, 엠마오로 간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다고 말한다. 갑자기 그들 가운데에 예수님이 서시어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당신을 유령이라고 여기는 제자들을 나무라신 뒤 상처 난 손과 발을 보여주신다.(루카 24, 36-49 참조)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토마스에게 옆구리를 만져보라고 하신 것도 언급한다.(요한 20,24-29 참조) 예수님은 이렇게 부활 후 만 하루 동안 엠마오와 이스라엘을 왕복하며 약 22km를 이동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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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묻혀있던 무덤 위에 세워진 예루살렘 주님 무덤 성당의 입구. 출처 위키미디어

■ 부활 후 예수님이 이동하신 가장 먼 거리는 150여km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

요한복음은 어느 날 새벽 예수님이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에게 또 한 번 나타나셨다고 밝힌다.(요한 21,1-14 참조)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다른 두 제자가 고기를 잡던 중 예수님과 만났다.

그들이 작은 배에서 던진 그물은 고기로 가득 찼고, 예수님은 자신을 못 알아보는 제자들을 위해 호숫가에서 손수(?) 숯불과 물고기, 빵을 준비하셨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당신을 사랑하는지 세 번 물어보신 후, 양들을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신다.

티베리아스 호숫가는 갈릴래아 호수의 남서쪽에 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150km를 이동해야 했다. 빠른 길로 곧장 갔다면 고산 지대를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 다만 예수님이 이 거리를 어떻게 이동했는지 성경은 말하지 않는다.

티베리아스는 당시에도 팔레스타인 북부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고 지금도 약 5만 명이 거주하는 휴양·관광도시다.

갈릴래아의 한 산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성경 말씀도 있는데(마태 28,16 참조), 티베리아스 호숫가와 같은 여정 중에 들렀다고 가정해 본다면 예수님은 호숫가를 떠나 갈릴래아 지방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돌아오셨을 수 있다. 어찌 됐든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티베리아스 호숫가까지 왕복 약 3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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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 호수 서안의 도시 티베리아스 전경. 출처 위키미디어

■ 종착지는 승천하신 올리브 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루카 24, 50-51)

예수님은 그 후에도 500명의 제자에게 모습을 보이셨다.(1코린 15,6 참조) 즉 성경에 구체적으로 언급된 장소들 말고도 예루살렘 인근을 활발하게 이동하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구체적인 지명이 언급된 곳은 40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승천하신 올리브 산이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강복하시고, 복음 선포 사명을 주신 다음 하늘에 올라 구름에 둘러싸인 채 승천하셨다.

예루살렘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4.5km정도 떨어진 올리브 산은 해발고도 약 820m로, 갈릴래아 지방 타보르산보다도 높다. 다만 예루살렘도 700m가 넘는 고지대라 올리브 산은 상대적으로 얕은 산처럼 보인다. 바로 동쪽에는 베타니아가 인접해 있다.

예수님이 부활 후 40일 뒤에 승천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올리브 산 정상에는 팔각형으로 봉헌된 ‘승천 경당’이 있다.

이처럼 예수님은 빈 무덤에서부터 올리브 산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표징을 보여주시며 당신의 부활한 사실과 복음의 기쁨을 전하셨다. 부활한 예수님이 인간의 방식으로 이동하셨다면 예수님이 소화한 거리는 약 330km다. 500명의 제자를 만난 나머지 여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최소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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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동쪽에 위치한 올리브 산. 출처 위키미디어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