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당장 멈춰야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8-22 수정일 2023-08-22 발행일 2023-08-27 제 335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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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창조 질서 위협하는 행위”
‘생태적 회개’ 절실한 상황
방류 중단 노력에 힘 모아야

8월 12일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 시청역 앞에서 핵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전국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일본 정부가 8월 22일 후쿠시마 핵 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24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종교계를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일본 정부가 8월 22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24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전력·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관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상과 해상 조건 등에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방출 개시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당장 24일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주변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 시점에서 방류 개시를 막을 수 없었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방류 조치를 중단시킬 수 있는 전방위적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핵 오염수 해양 방류가 최종 결정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1일) 담화를 통해 다시 한번 ‘생태적 회개’를 호소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마음과 생활 양식의 변화와 함께 ‘공공 정책’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부유한 나라들이 쌓아 온 ‘생태적 빚’(「찬미받으소서」, 51항)에 대한 책임감을 호소했다. 아울러 이미 진행된 환경 파괴의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고 또 막아내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비롯한 연설과 담화, 메시지들을 통해 해양 생태계를 포함한 지구 환경의 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교황은 지난 3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아워 오션’(Our Ocean) 컨퍼런스에 보낸 메시지에서 “바다는 모든 민족의 연결고리… 비극의 장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바다를 깨끗한 상태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얼마나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바다를 이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일본의 최근접 국가인 한국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가 연합한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 준비위원회’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기억하고자 3월 9일 서울에서 탈핵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이날 핵 발전의 위험성과 함께 핵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는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되면서 전국행동으로 이어졌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5차례에 걸쳐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을 개최,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8월 12일에는 시청역 앞에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5월 2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친 공동행동은 8월 18일까지 187만8185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핵 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한국천주교회는 6월 5일 환경의 날 담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과 해양생태계 파괴를 우려한데 이어, 6월 26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투기는 공동의 집 지구 생태계에 대한 위협이며, 동시에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 세상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국 시민사회의 이 같은 반대와는 달리 한국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은 일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정부는 핵 발전소 확산을 지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진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에서도 이 기구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방류 반대 목소리를 괴담과 선동으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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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