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구 하나의 노력이 아닌 가정과 학교,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학교 밖으로 나와 “갑질과 민원이 아닌 소통의 학교가 돼야 한다”고 외치는 교사들을 위로하며 교회는 ‘함께 걸어가는 교육 공동체 회복’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갑질과 민원 아닌 소통의 학교 돼야

2019년 5월 발간된 「교육정책포럼」에 실린 ‘교권 침해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에 제출한 연도별 교권 침해 신고건수는 2014년 4009건에서 2018년 2454건으로 감소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같은 기간 3946건에서 2244건으로 줄었지만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는 63건에서 210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전체 교권 침해 건수에서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 수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동안 1.57%에서 8.56%으로 크게 늘었다.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모욕·명예훼손(39.0%),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16.7%), 공무 및 업무방해(15.7%) 등을 겪으며 교권을 침해받았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현상에 대해서 여러 원인이 언급된다. 크게는 교육의 목적이 입시에만 집중되면서 공교육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이유다. 또한 경쟁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동의 관계를 학습하지 못한 부모의 내면이 자식 교육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 민원이 많은 초등학교의 경우 부모들의 ‘내 아이 위주’ 육아법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토로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정윤서씨는 “아이가 잘못을 한 것보다 내 아이가 그 일로 인해 수치심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것에 날을 세우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그런 민원 때문에 제대로 된 훈육이나 교육을 하지 못하기에 많은 교사들이 자괴감과 무력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교사 김은영(가명)씨는 “인격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보니 100% 아이들에게 힘을 쏟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교권 존중하는 인식 개선 필요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교권침해가 가속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 및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그 대상이 가정뿐 아니라 학교 내 사안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학교 현장의 교육적 관계가 파괴됐다는 것이다.

교총은 교권 보호를 위해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원면책권 부여 법안(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유치원 교원의 생활지도권 보장 및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 ▲중대 교권 침해(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가해 학생의 학생부 기재 및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지역교육청 이관을 위한 교원지위법 개정안 ▲악성 민원과 학생 폭언·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 청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교사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함께 필요한 변화는 교권을 존중하는 인식 개선이다. 8월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는 ‘학부모 책임성 강화’, ‘교원-학부모 상호이해 증진’ 항목이 포함됐다. 학교, 교사, 학부모 세 주체가 서로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함께 어우러질 때 건강한 교육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부모 교육과 ‘모두의 학교’ 캠페인 등을 통해 교권 존중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주 동명중학교 교사 정창홍씨는 “존중과 권위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의 인권이 존중받듯이 다른 사람, 교사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하며, 이러한 존중이야말로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권위의 새로운 정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공동체 회복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 만들어

교회는 일찍이 교육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현 문화교육부)이 1977년 발표한 가톨릭 학교에 관한 지침은 ‘현대 사회 안에서 학교는 진정한 공동체라야 하며 그 공동체의 가치는 성원들 간의 대인적이고 진실한 인간관계를 통해서 보급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발표된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은 “가톨릭 학교 교사들은 부모들과 더불어 공동 활동을 해야 한다. (…) 그리고 가톨릭 신자 부모들에게 온 힘을 다해 가톨릭 학교를 지원하며 자기 자녀의 행복을 위해 가톨릭 학교와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를 교육하는 공동 책임자로서 학부모는 교사를 존중하고 협력해 건강한 교육 공동체로 나아가는데 함께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 학교들은 인성교육과 함께 학부모 교육과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공동체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충남 서산 대철중학교(교장 정영희 마리 가우디아 수녀)는 학부모들이 만든 텃밭에서 학생들이 작물을 키우고, 음식 만들기 수업도 학부모가 진행한다. 매달 열리는 학부모 아카데미는 학부모의 참석률이 높을 뿐 아니라 5월 열렸던 체육대회에는 학생만큼 많은 학부모가 참여했다. 대철중학교 학부모 아카데미는 자녀의 진로와 입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학부모 힐링강좌, 아로마테라피, 가족캠프 등 학부모 자신의 성장, 가족의 관계 회복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주시 옥산면 양업고등학교(교장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도 어머니학교, 아버지학교를 각각 개최, 학부모가 자녀는 물론이고 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신뢰를 쌓는데 기여하고 있다.

학부모가 교육 공동체 주체로 참여하면서 여러 순기능이 나타났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학교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소통의 창구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대철중 학부모 백선아(로사리아)씨는 “학교 일에 참여하면서 교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고, 아이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깊은 신뢰감이 생겼다”며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다는 것, 더불어 함께일 때 행복하다는 것을 학부모 활동을 통해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업고등학교 교장 장홍훈 신부는 “사랑 안에서 교육 공동체가 회복되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에 신뢰가 쌓이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을 가톨릭학교 안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면서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공동체 안에서 사랑의 가치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