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민원 아닌 소통 필요” 공동체 속 사랑의 가치 절실
사랑했던 학생들과 함께 지냈던 학교에서 젊은 여교사가 세상을 등졌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그로 인해 자신도 행복해지기 위해 교육자의 길을 걸었을 고인에게 학교는 더이상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혼자 힘들었을 고인을 애도하며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선생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되길…”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교육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되찾아야 하는지 상기시켰다. “갑질과 민원이 아닌 소통의 학교가 돼야 한다”고 외치는 교사들을 위로하며, 교회는 ‘함께 걸어가는 교육 공동체 회복’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10·11면 8월 12일 오후 2시, 서울 종각역부터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로 가득찼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이후 진상 규명과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며 한자리에 모인 교사들은 “교사와 학생들 간의 신뢰를 되돌리는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다. 교사들은 매주 거리에 나왔고, 고인의 49재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해 추모와 함께 공교육 회복을 호소했다. 교사의 죽음은 무너진 교권에 대한 항거였다. ‘감정 노동자’가 돼버린 교사들의 현실, 무법자가 된 일부 학생들, 맹목적으로 자식을 감싸는 학부모들, 교육이 사라진 현실을 외면하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안일함, 이 모든 것이 빚어낸 비극이다. 참 교육을 위한 공동체적인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교총이 7월 27일 발표한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 중 99%가 ‘선생님은 감정노동자’라는 데 동의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은 학부모가 66.1%로 1위를 차지했다. 학부모들의 교권침해가 높아진 원인으로 현직 교사들은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경시, 경쟁사회에서 배려와 협동을 학습하지 못한 부모의 내면이 자녀에게 투영돼 내 아이 중심 교육법을 지향하는 세태 등을 꼽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정윤서씨는 “아이가 잘못을 한 것보다 내 아이가 그 일로 인해 수치심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것에 날을 세우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그런 민원 때문에 제대로 된 훈육이나 교육을 하지 못하기에 많은 교사들이 자괴감과 무력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을 오직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는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학교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법이 마련돼도 교권 회복은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교육 현장에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공존한다. 어느 한쪽에 힘이 쏠려 균형이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 교회는 일찍이 교육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현 문화교육부)이 1977년 발표한 가톨릭 학교에 관한 지침은 ‘참된 교육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강조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은 학부모는 교육의 공동 책임자로서, “교사를 존중하고 협력해 건강한 교육 공동체로 나아가는데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가톨릭 학교들은 인성교육과 함께 학부모 교육과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학교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소통의 창구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가톨릭 학교들은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양업고등학교 교장 장홍훈(세르지오) 신부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공동체 안에서 사랑의 가치를 찾는 것”이라며 “교사, 학부모, 학교 당국이 교육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참 교육을 위해 공동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