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25일 일치 주간 행사를 모두 마친 뒤 온라인에는 다양한 견해들이 나타났다. ‘전통주의자’ 또는 ‘충성파’를 자처하는 일부 영어권 인사들은 가톨릭교회와 불일치한 그리스도교 종파들을 이단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공회 캔터베리대교구장 저스틴 웰비 대주교 등에게 티베르섬의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에서 성찬례를 거행하도록 허락한 것에 대해 분개했다. 이 성당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대희년 때 20세기와 21세기 새 순교자들에게 봉헌한 10세기 성당이다.
‘충성파’들은 ‘미스터 웰비’와 성공회 성직자들이 정당하게 서품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가톨릭신자가 아닌 이들을 ‘이단자’(heretic) 혹은 ‘이단’(heresy)이라고 비난했고 종종 이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공공연한 공격의 빌미로 삼았다. 감사하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한 대부분의 가톨릭신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황은 1월 25일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제2저녁기도를 거행하며 일치 주간을 마무리했다. 웰비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루카복음 10장 25~37절의 말씀을 주제로 한 강론에 이어 연설을 하기도 했다. 낯익은 이 성경 구절에서 율법 교사는 예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예수는 율법에 뭐라고 써 있는지를 반문하고 율법 교사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는 다시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묻는다. 여기에서 예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가르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율법 교사가 예수로부터 아무것도 배우고자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충한 종교적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율법 교사는 율법이 영생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를 물었고, 이어 “누가 이웃인가?”를 물었다. 교황의 해석은 신랄하다. “첫 질문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얻는 데 하느님을 이용했다면, 두 번째 질문은 사람을 사랑할 대상과 피해야 할 대상으로 나누려는 것입니다. 이런 분열은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이 비유는 강도를 만나 얻어맞고 길가에 버려진 가엾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제와 레위인은 그를 외면했지만, 그들이 믿음이 없다고 비난하는 이단자, 사마리아인은 그를 돌봐주었다. “선행을 하지 못하고 냉담한 이는 사제와 레위인입니다. 그들은 고통받는 이를 돕는 대신 자기의 종교적 전통에만 집착했습니다. 이웃이 되어준 이는 이단자인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교황이 우리 교회 안에서 율법 교사와 레위인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지목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실한’, ‘전통적인’, ‘충성스러운’, 그리고 ‘종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가톨릭신자들 말이다. 이들은 비신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개방적이며 그들을 환대한다고 해서 교황을 비난한다. 또 비신자들을 우리와 구분하지 않고 우리 중 하나인 것처럼 대한다고 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가톨릭교회의 건물 안에서 자신들의 예식을 거행하도록 허락했다고 해서 교황을 비난한다. 올바른 질문은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가 아니라 “제가 이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까?”라고 교황은 말했다. 바로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이지만 갈라진 교회를 다시금 일치시키려는 우리 노력에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랑일까? 교황은 과거에 얽매여 무관심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 사랑, 철옹성 같은 내 종교의 체제를 수호하기보다는 형제자매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랑만이 우리를 일치시킨다고 말했다.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우리를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기를 거부할 때 직면하는 참담한 결과들을 일러주었다. 그리고 올해 기도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그 가족의 모델이요 모범이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든 세례받은 이들은 그리스도의 신비체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우리 형제자매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맏이이시며 구세주이신 ‘인류의 교향곡’을 함께 연주해 나가야 한다. ‘일치의 박사’인 이레네오 성인은 ‘이단논박’(Adversus Haereses)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이는 한 음과 다른 음이 서로 별개인 것처럼, 그 차이에 집중해선 안 된다. 똑같은 한 사람이 전체 멜로디를 작곡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사냥꾼’들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판은 우리 모두에게 이 질문을 제기한다. “제가, 그리고 제 공동체, 교회, 영성이 이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