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 스크랩들을 보다가 우연히 한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부모의 편애(偏愛), 가족 간 소송 하루 7건’. 우리 사회의 불편한 민낯이 드러난 느낌이 들었다. 기사는 사망한 아버지의 재산 상속을 장남에게만 주려는 어머니를 상대로 딸 3명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의 내용이었다. 몇 년 동안의 소송 끝에 딸들이 승소했지만 결국 모녀관계는 파탄이 났다.
우리나라는 예전에 남아선호사상과 장자 상속이 당연시되던 문화가 있었다. 아들 중심으로 교육이나 지원이 자연스러웠고, 딸들은 오히려 오빠나 동생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위해서 학교도 포기하고 대도시의 공장에서 노동을 했다. 자식에 대한 편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성경 속 인물이 이사악의 아내 레베카이다.
아브라함은 나이가 들자 이사악의 짝을 찾아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아브라함은 가장 믿을 만한 종을 불러 이사악의 아내를 찾게 했다. 결혼의 조건은 가나안족이 아닌 아브라함의 고향 사람과 친족 중에서 이사악의 짝을 아브라함이 사는 곳으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고향에서 머나먼 타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의 명령을 받은 종은 각종 선물보따리를 열 마리의 낙타에 싣고 아브라함의 동생 나호르가 사는 지방으로 떠났다. 그리고 목적지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성 밖 우물에서 머물렀다. 저녁때가 되자 여인들이 물을 길으러 나왔다. 아브라함의 종은 나그네에게 친절하게 물을 나누어줄 착한 여인을 정할 것이라 하느님께 기도하였다. 한 예쁜 여성은 아브라함의 종이 물을 달라고 하자 귀찮아하지 않고 기꺼이 머리에 이미 얹었던 물동이를 내려 나그네에게 물을 나눠주었다. 그녀는 이어 낙타들에게도 물을 먹여주는 선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녀는 아브라함의 조카 ‘브투엘’의 딸 레베카였다. 열 마리의 낙타에 실린 선물과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가서 아브라함의 뜻을 전했고 레베카와 이사악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레베카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림 없이 가나안을 향해 떠날 것을 결단했다. 이사악과 레베카 부부에게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았다. 결혼한 후 20년이 지나 부부는 쌍둥이, 에사우와 야곱을 낳았다. 이사악은 형인 에사우를 듬직해했지만 레베카는 남성미 넘치고 좋은 사냥꾼인 에사우보다 얌전한 야곱을 더 사랑하고 편애했다.
어머니 레베카는 야곱이 에사우의 장자권을 뺏어오도록 돕는다. 레베카는 야곱에게 모든 벌과 책임과 저주도 자신이 질 테니 아버지를 속여 장자권을 받아내라고 한다. 이처럼 레베카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에사우는 나중에 동생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죽이려고 했다. 어머니 레베카는 급히 자신의 오빠 라반에게 야곱을 피신시킨다. 레베카의 편애는 남편 이사악, 아들 에사우, 특히 야곱의 삶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