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리내 골프장 무엇이 문제인가

장병일 기자
입력일 2005-06-19 수정일 200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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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사제단이 6월 7일 미리내 골프장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참례한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은 골프장 반대 구호를 외치며 「환경보전 성지보전」의 결의를 다졌다.
성지훼손·생태파괴·지형학적 위험성 커

급경사지로 골프장부지 적합치 않아

인허가 과정 의혹 등 신뢰할 수 없어

골프장 철회 때까지 단식 기도 계속

반대 이유

미리내 성지 인접지역인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산 28번지 일대에 추진중인 미산리 골프장 건립 계획이 철회돼야 할 여러 이유가 있다.

미리내 성지가 갖고 있는 종교·문화·역사적인 특수성외에도 자연생태계 보존, 지질 기후의 지형학적 위험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미리내 성지는 교회와 국가, 사회의 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이다. 1801년 신유박해와 1839년 기해박해때 형성된 교우촌인 이곳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성인의 묘가 안치돼 있는 거룩한 땅으로서,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경기관광공사에서는 경기도 관광명소 100선으로 지정하였고, 국정원의 북한이탈자 순례코스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골프장 건설 부지로 적합한 곳이 아니다. 이는 이미 「한강유역 환경청」이 두 번씩이나 반려한 「사전환경성 검토서」가 말해주고 있다. 골프장 건설 예정 지역은 쌀령산 능선을 경계로 급경사지가 대부분(경사도 20。이상 43.4%)을 차지하고 있어 개간과 벌목으로 인해 산림이 훼손되면 장마철 산사태 등을 초래할 수 있고, 골프장 예정지 중 산 정상 부근은 녹지자연 등급이 7등급으로 임야 상태가 양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그랑블컨트리클럽」은 이름을 「(주)신 미산개발 미산 컨트리클럽」이라고 바꿔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공정성을 잃어서는 안되는 안성시가 이를 옹호하며 경기도에 사업승인을 얻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연보호. 양성면 노곡리와 미산리 일대는 원앙새와 딱따구리, 소쩍새 등 각종 천연기념 동물이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또한 이 지역은 땅을 깊게 파도 식수로 사용할 지하수를 얻지 못하는 곳으로 성지의 수도자 및 순례자들, 주민들은 지표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골프장이 건설된다면 골프장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맹독성 농약은 지표수를 오염시킬 것이며, 골프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600~800톤의 물은 산업용 지하수의 개발로 주변의 지하수마저 고갈시키게 될 것이다.

네 번째, 골프장이 들어서는 약산은 마을 노인들의 것이다. 이 곳은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나이 많고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지다. 지금도 유무상통 마을을 비롯, 무료 양로원, 중복장애인과 정신지체아들의 안식처가 들어서 있다. 그래서 상업적 논리보다 자연과 지역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곳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임목축적 규정에 관련된 것이다. 골프장으로 허가가 나려면 시.군 평균임목축적의 150% 이하이어야 한다. 안성시 산들의 임목밀도는 평균 150%가 넘는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골프장 측이 자체적으로 측정해 안성시에 제출한 임목밀도는 144% 였다. 강정근 신부는 객관성이 결여된 이 측정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했고, 안성시와 골프장은 측은 강신부의 이의를 받아들여 주민입회하에 재조사하길 약속해 놓고 말을 번복하는 등 편파적인 행정처리로 급기야 강신부를 단식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어떻게 될까?

수원교구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리내 성지와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대의명분이 뚜렷할 뿐만아니라 안성시와 골프장 시행사의 불의한 처사를 묵과하는 것은 사회 정의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성 부시장을 역임한 김모씨가 골프장 시공사인 「(주)신 미산개발 미산 컨트리 클럽」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나 토지 수용 인허가 과정에서의 의혹 등 신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불투명한 행정이나 의혹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근원적인 문제인 「골프장 건립」이 철회되지 않는 한 단식기도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원교구는 교구장 주교와 총대리 주교의 성명서와 호소문에서 이같은 결의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상대책위 서정용 위원장

“순교자 정신으로 지켜내겠다”

『죽을 각오로 단식에 돌입한 강정근 신부님을 보고 있자니…큰일입니다』

「골프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서정용(사도요한) 위원장은 『(강신부처럼) 순교자의 정신으로 매일 미사와 단식 기도에 동참해 줄 것』을 신자들에게 호소했다.

서위원장은 『미리내 성지는 천주교회의 성지일뿐만아니라 모든 국민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비록 정부가 이곳을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존지역 이상으로 개발을 제한해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치 앞을 못보는 졸속행정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성지의 가치를, 미래는 물론 현재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곳에 골프장을 내겠다고 하거나 이를 승인해 주면 그 땅이 사유지라 하더라도 반대를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서위원장은 『골프장 건립 계획이 백지화 될 때까지 미사와 단식기도 등으로 우리의 의사를 표출하겠다』며 『그러나 모든 시위의 근간은 「비폭력 평화」』라고 강조했다.

서위원장은 가톨릭농민회 회장과 전민련 경기 남부 의장, 병원 적출물 소각장 위험물 시설 반대 안성대책위원장, 안성시 지방자치 정책협의회 위원, 새정치 국민회의 개혁위원, 안성시 개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미리내 골프장 반대 성명(요지)-

한국천주교회의 최초의 사제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성지인 미리내 성지는 수원교구민들에게는 물론이요 한국천주교인들에게 소중한 곳으로서 1년에 약 40만 명이 찾는 기도의 장소이며 안성시가 자랑하는 문화명소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리고 안성시 양성면에 골프장은 이미 많이 있는데, 세계에서 하나뿐인 미리내 성지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골프장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겠습니까?!

미리내 성지는 국가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문화명소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미리내 성지를 문화유적지 답사코스로 정하여 경기도의 많은 초.중.고등학생들이 이곳을 답사하고 있습니다. 「문화도시 안성」을 계획하는 안성시가 골프장 건설을 허가하여 미리내 성지에 피해를 주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이며 자가당착적 행정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골프장이 건설될 약산마을은 1991년 홍수 때 2명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그리고 1000여명의 마을주민뿐만이 아니라 골프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양로원인 「우술라의 집」을 비롯해서 장애자의 집인 「태규네 집」과 정신 지체아들의 시설인 「맑음터」, 실버타운인 「유무상통마을」 등에 노약자들이 살고 있고 미리내 성지에는 수 백 명의 수도자들이 골프장에서 살포할 각종 농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미리내 성지의 보존은 수원교구민은 물론이요 한국천주교회 전체가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수원교구 모든 신부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은 앞으로 강정근 신부와 함께 기도해 주시고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천주교인들과 정·관계에 계신 분들도 함께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안성시장과 시의원과 공무원 여러분은 국민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로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하여 주시고, 잘못되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주시기 바랍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국가나 도, 시와 서로 협조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불의한 처사에 대하여는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

장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