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커버스토리] 신앙인 안중근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9-03-11 수정일 2009-03-11 발행일 2009-03-15 제 263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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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교회 사랑한 평신도 선구자
사진은 안중근 의사가 수감됐던 뤼순 감방 내부. 안의사는 이곳에서 그의 자서전인 ‘안응칠역사’와 ‘동양평화론’을 집필했고 수많은 필묵 유작을 남겼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맞아 안 의사의 삶과 정신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교회 차원에서 신앙인 안중근의 순교자적 모습을 발굴하고 현양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의거 100주년을 맞아 학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경쟁적으로 각종 기념행사를 열어 안 의사의 뜻을 기리는데 비해 교회 차원의 움직임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 등이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해 이미 오래 전부터 잇따라 특집 기획들을 내놓는가 하면 타 종단에서조차 안 의사의 정신을 현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음에도 교회의 움직임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안 의사의 정신에 대한 관심과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남대 윤선자 교수(사학과)는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은 교구나 본당, 신자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신앙적 차원에서 밀도있게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교회 현실에 비해 일반 학계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연세대 오영섭 교수는 “안 의사의 가문처럼 일가 40여명이 독립운동에 투신한 경우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안 의사 집안이 많은 독립운동가를 낳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주교라는 신앙적 요인이 컸다”며 안 의사 가문의 신앙적 바탕을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 신운용 강사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사상적 배경은 유학을 바탕으로 한 천주교 사상이었다”며 “그러나 안중근 사상은 교리에 따라 순교한 초기 천주교인의 한계성을 넘어 한국 사회 내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전민족적 범위로 확대된 것”이라며 안 의사의 의미를 외래 종교사상의 토착화·민족화의 전범(典範)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학계의 연구와 평가에 더해 중국 현지에서도 안 의사와 관련한 연구와 각종 기념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얼빈시 문화국 부국장을 겸하고 있는 조선민족예술관 서학동 관장은 “안 의사는 헤이룽장성에 흩어져 살고 있는 50만 조선족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단결할 수 있게 하는 구심점이자 다른 민족들도 부러워하는 영웅”이라며 “의거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학술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전 중국인들의 가슴에 안 의사의 면모를 심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래사목연구소 황종렬(레오) 복음화연구위원장은 “안 의사는 평신도사도직의 전망을 새롭게 열어젖힌 선구자로 그의 신앙 실천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면모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안 의사의 신앙과 정신을 올바로 계승 발전시켜 나갈 때 이 시대 한국 교회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보다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