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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폭도에 파키스탄 신자들 희생…교황, 비극적 사건에 우려 표명

입력일 2009-08-11 수정일 2009-08-11 발행일 2009-08-16 제 2660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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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 폭력행위 즉각 중단해야”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의 한 그리스도교 신자 부부가 8월 2일 파괴된 집 앞에서 넋을 잃고 앉아 있다.
【펀자브, 파키스탄 외신종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최근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폭도들에 의해 그리스도인들이 살해되고 수많은 가옥들이 파괴되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이러한 야만적 행위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8월 3일 이 같은 내용의 위로 전문을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 지방의 파이살라바드 교구장 조셉 쿠츠 주교에게 보내 “이슬람 폭도들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8명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교황은 전문에서 “파키스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종교적, 인간적 가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경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 1억6000만 명 중에서 95%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으며, 그리스도교 신자 수는 불과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그리스도교 교회와 신자들에게 폭력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일에는 파스키탄 동부 지역의 고즈라에서 여성 네 명과 어린이 한 명을 포함한 8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무장 폭도들에게 총격을 받거나 산 채로 불태워져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당일에만 20여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50여 채의 가옥이 불타 파괴됐고, 수천 명의 신자들이 폭력을 피해 피신했다.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폭도들이 체포될 때까지 장례식을 열지 않겠다며 유해를 방치해 둔 상태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소한 3000여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고즈라의 그리스도교인 마을로 행진했고, 그 중 머리에 두건을 쓴 일부 시위대가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마을 전체를 불태우기 위해 특수한 발화물질을 사용했는데, 이는 지난 1997년과 2005년 그리스도교인 마을을 습격했던 일련의 폭력 사건들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날 폭력 행위는 지난 7월 29일 코리얀에서 있었던 결혼식장에서 한 그리스도교 신자가 불에 탄 코란을 소지하고 있다는 혐의로 ‘신성모독법’에 따라 기소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튿날인 30일 일단의 이슬람 무장 폭도들이 코리얀의 그리스도교인 가옥들과 2개의 개신교 교회를 습격했다.

특히 목격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경찰이 이슬람 폭도들의 폭력 행위를 방관함으로써 피해를 더욱 확대시켰다고 비난했으며, 다른 목격자들은 경찰이 폭력 행위를 중단시키려고 하자 오히려 경찰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다고 증언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들은 8월 3일까지 사흘 동안 휴교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으며,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들은 이른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종교간 분쟁의 가장 중요한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성모독법은 이슬람의 모하멧이나 코란을 모독하는 경우 매우 혹독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규정이 매우 애매하고 광범위해 종종 타 종교인들을 부당하게 억압하거나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파키스탄 주교회의 산하 정의평화위원회가 “신성모독법의 악용은 소수 종교의 경배 장소나 사유 재산을 파괴하는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