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마태 14,24-25】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제자들이 탄 배가 파도에 시달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구해주시기 위해 물 위를 걸어가십니다. 이에 대해 교부들은 말합니다. 물 위를 걸으신 기적은 오래 전에 예언된 바 있다. 이 기적은 참으로 인간이시며 동시에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분은 물 위에서도 땅 위에서처럼 걸으실 수 있음을 나타낸다(아퀼레이아의 크로마티우스). 주께서는 제자들을 구하러 서둘러 오지 않으셨다. 이는 두려움을 통해 그들을 훈련시킴으로써 견뎌내는 자세를 가르치신 것이었다. 그분은 온화하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제자들을 자극하며 더 나은 자세로 대처하도록 가르치신다(크리소스토무스).
아우구스티누스는 ‘제자들이 탄 배와 맞바람’에 대해 영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맞바람
“맞바람이 불어오자, 제자들이 탄 배(곧, 교회이지요)가 유혹의 폭풍 한가운데서 마구 떨며 흔들립니다. 이는 교회의 원수인 악마가 바람이 잦아들지 못하도록 애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 그분은 우리 삶의 부침 한가운데에서 우리에게 확신을 주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배에서 흔들리다 배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분께서는 오셔서 우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배는 혼란 속에 던져져도 여전히 배입니다. 이 배만이 제자들을 태우고 있으며 그리스도를 받아들입니다. 이 배는 물 위에서 진정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배 밖으로 나가면 죽음이 확실합니다. 그러니 배 안에 있으면서 하느님을 부르십시오. 모든 충고가 허사로 돌아가고 배의 키도 소용이 없어지고 돛을 펴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때, 인간의 도움과 힘이 모두 쓸모없을 때, 뱃사람들이 기댈 것은 하느님을 소리쳐 부르는 일 뿐입니다. 안전하게 항구에 닿고자 항해하는 사람들을 도우시는 분께서 당신의 교회를 버리고 교회가 평화와 평온함 속에 항구에 닿지 못하도록 막으시겠습니까?”(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75,4).
예언이 예고한 기적
“우주의 창조자 말고 누가 호수 위를 걸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분은 진정, 오래 전 성령께서 복된 욥을 통해 말씀하신 바 있는 분이십니다. ‘당신 혼자 하늘을 펼치시고 땅을 걷듯 바다 위를 걸으시는 분’(욥 9,8 칠십인역). 솔로몬도 그분을 ‘지혜’로 묘사하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높은 하늘에 거처를 정하고 구름 기둥 위에 내 자리를 정했다. 나 홀로 하늘의 궁창을 돌아다니고 파도 이는 바다 위를 걸었다’(집회 24,4-5 참조). 다윗도 시편에서 ‘하느님, 당신의 길이 바다를, 당신의 행로가 큰 물을 가로질렀지만’(시편 77,20)이라며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폭우가 휩쓸고 지나갑니다. 심연은 소리를 지르고’(하바 3,10)라는 하바쿡의 말도 있습니다. 이 증언들보다 더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이 예언들은 물 위를 땅 위에서처럼 걸으시는 그분을 가리킵니다. 이분은 오래 전에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하늘을 펼치셨고 모세의 시대에는 구름 기둥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야할 길을 보여 주신 하느님의 외아들이십니다”(아퀼레이아의 크로마티우스 『마태오 복음 강해』 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