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이라도 살려야…” 걸음마다 소명 새겼다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 교회 내 대표 생명단체 참가 서울광장·도심 피켓 들고 행진
꽃동네 오웅진 신부 연설에서 “잘못된 저출산 정책 결과로 낙태율·저출산율 상승” 일침
9일 오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인간 생명 수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민들이 한뜻으로 생명 수호를 외치며 행진에 나선 장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프로라이프(Pro-Life)’ 관련 시민사회단체 및 각 종교 산하 기관단체 회원과 봉사자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민 2000여 명이 낙태와 자살, 배아 파괴, 성 문란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 근절과 예방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가톨릭교회 측에서는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청주교구 꽃동네 등 교회 내 대표적인 생명 수호 관련 단체들도 참가,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 모두가 생명수호 활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 ‘소리 내지 못하는 태아를 대신해 참가한 청소년들’
‘엄마 아빠 저도 살고 싶어요’ ‘낙태, 강아지도 안 합니다’ ‘낙태 천국’ ‘태아도 인간이다’ ‘당신도 수정란이었다’ ‘응급피임약, 여성건강에 이로운가? - NO!’ ….
유아들부터 청소년, 청년, 중장년, 어르신들까지 모든 연령대 국민들이 수십 종류의 구호를 담은 피켓을 들고 서울광장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태아들과 낙태의 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을 대변, 이 땅에서 단 한 명도 버려지는 생명이 없을 때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생명수호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중·고·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해 서울광장과 도심을 오가는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생명대행진 행사 예고를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김은경(17·부천 소명여고)양도 “평소 낙태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처럼 생각했는데, 행사장에서 태아들이 찢겨나가는 낙태 관련 사진을 보고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됐고, 미래의 엄마로서 생명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 ‘낙태율, 저출산율 가장 높은 나라’
행진에 앞선 행사에서는 각 기관단체별 부스를 마련, 성교육 퀴즈와 사진 전시 등의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각종 후원과 기증 캠페인을 비롯해 문화 공연, 생명 관련 강연, 결의문 낭독 등이 이어졌다.
이날 예수의 꽃동네 형제·자매회 창설자 오웅진 신부는 “우리나라는 잘못된 출산정책으로 세계에서 낙태율과 저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을 뿐 아니라 생명경시로 인해 자살률과 이혼 증가율도 가장 높은 나라로 전락했다”며 “저출산 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생명을 죽이고 성을 문란하게 하고 노동력을 상실한 현실 뿐”이라고 정부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오웅진 신부의 연설 무대에는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수녀들과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이 함께해 어린 생명의 고귀함을 널리 알리기도. 이어 개신교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낙태 원인인 피임 실패 및 준비되지 않은 임신에 대해, 조계종 구담사 지율 스님이 낙태반대 운동의 개요 등에 대해 전했다.
◎… ‘이것이 진리의 소리’
가톨릭교회 생명운동의 큰 형님이자 독보적인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김용태 신부)는 창립 24주년을 기념하며 이번 생명 대행진에 총력을 기울였다.
본부는 지난 1989년 성체성사의 정신으로 이웃 사랑과 생명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공식 출범했다. 이후 헌혈과 헌안, 장기기증,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낙태와 자살 예방,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 국내 입양 등을 펼치고 있다. 이번 생명 대행진에서는 장기 및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를 모집하는 ‘희망의 씨앗’ 생명나눔 캠페인과 자살예방 캠페인 및 서포터스 모집, 개인 및 유가족 상담 안내 등을 진행하기도.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교구장대리 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 김용태 신부는 “이번 행사는 가톨릭교회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국 국민들이 결집된 행사로 더욱 큰 의미와 희망을 보여줬다”며 “이들의 목소리가 바로 특정 종단을 넘어 생명 수호와 사랑 나눔을 향한 인간의 보편적인 진리의 소리”라고 강조했다.
■ 인터뷰 / 프로라이프 연합회 차희제 회장
“매일 1000명의 생명 사라지는 현실 행진 함께한 참가자에서 희망 찾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죽어가야 우리가 진실을 깨닫게 될까요?”
‘생명 대행진 2012’를 주최한 프로라이프 연합회 차희제(토마스) 회장은 “매일같이 1000명이 넘는 귀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정부와 국민들은 전혀 변화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생명 사랑을 향한 아름다운 행진’에 참가한 뜻있는 개개인의 노력”이라며 국내 첫 생명 대행진의 의미를 밝혔다.
연합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 중인 차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는 태아를 살리기 위한 꾸준한 생명수호 운동은 물론 직접적으로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시술 의사 고발 캠페인도 펼쳤지만, 상황이 특별히 나아진 것은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나서 전 국민의 의식 개선이 이어지지 않는 이상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차 회장은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생명수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행진이 이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데 큰 물꼬를 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차 회장은 “우리나라의 생명문제 중 현재 가장 심각하게 두드러지는 것은 낙태”라며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국가가 올바른 정책을 실현하고, 국민들이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교회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신자들조차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참 신앙은 실현될 수 없지요. 또한 간혹 사제와 수도자들도 피임이나 낙태를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곤 하는데, 사목현장에서부터 교회 가르침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신자들부터 올바른 의식을 갖추도록 돕는데 더욱 힘써 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