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떠한 개념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까? 오늘은 작년 12월부터 10개월여 동안 소개해온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를 되뇌어 보며 21세기 현재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어떻게 정의내리고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Stained Glass!’ 대부분의 용어가 그러하듯이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건축 유리 작품에 포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그 의미가 무던히 한정적임을 알 수 있다.
우리말로 ‘유리화’, 영어로 ‘stained glass’, 독일어로 ‘Glasmalerei’, 프랑스어로 ‘vitrail(vitraux)’로 명명되고 있지만 그 어떠한 단어로도 21세기의 스테인드글라스의 특성을 모두 종합하여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우리는 그저 각각의 단어를 통해 자신이 경험했던 바대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architectural glass’, ‘architectural colored glass’와 같은 표현으로 대신하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재정을 하기도 하기에 ‘건축유리’, ‘건축(적) 스테인드글라스’라고 써보기도 하지만 이를 우리말로 보다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찾아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용어의 한정된 개념에서 비롯된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고정관념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적용범위와 표현양식, 제작기법에 대한 생각도 제한적이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개한 바와 같이 현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적용범위와 표현방식에 제한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성격의 건축에 적용되고 있다. 이제 스테인드글라스는 종교건축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리로 된 일반 건축물 어디에도 놓일 수 있는 건축적 예술이자 환경예술, 공공예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므로 건축과 조화를 이루는 빛과 색을 연출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과 빛, 색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과 한 몸이 되어 살아 숨 쉴 수 있는 작가의 훌륭한 디자인이 가장 중요시되어야 한다. 훌륭한 디자인이란 작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 건축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곳을 지나거나 머물게 될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우선시 되는 친환경적, 친인간적 디자인일 것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재료와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친환경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러 교회와 일반건축물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납선의 사용을 지양하고 납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인체에 무해한 안료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건축유리에 인체에 무해한 유리파우더 안료를 이용한 작품의 성공적인 사례가 등장하여 국내에서도 친환경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빛과 색으로써 공간을 살아있게 하고 현대인들이 지친 영혼을 달래며 그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는 값진 예술이다. 21세기 현재 우리는 곳곳에 유리 마천루가 즐비한 삭막하고 차가운 도시 풍경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의 정서에 맞는 빛과 색이 어우러진, 인간 중심의 친환경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