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가진 것 주는 ‘순환’으로 형제적 공동체 완성해야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자본주의 대체할 ‘시민 경제’ 소개 부의 축적 아닌 ‘무소유’에 중점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가난’한 삶이라는 영성을 사는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 이들은 사실 시장 중심의 순환 경제를 설계한 훌륭한 경제전문가들이었다.
단기 이익 극대화 중심의 현대 자본주의는 경제 양극화, 고용불안정, 불의한 임금체계, 인권 및 환경파괴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경제활동에 있어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프란치스코회가 발전시켜온 ‘시민 경제(Civil economy)’의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현대의 사회적 기업에 적용하려는 논의 장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5월 17일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프란치스칸 시민경제와 사회적 기업’을 주제로 제25회 가톨릭 에코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에 나선 프란치스칸 사상 연구소장 김일득 신부는 최근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프란치스칸의 ‘시민 경제’ 이론을 소개하고, 현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시민 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기업을 제시했다. ‘시민 경제’는 15세기 경 시작돼 18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주된 경제 전통으로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 원칙이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주창한 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이후 시민 경제의 자리를 대체했다. 김 신부 발표에 따르면, 시민 경제와 현대 자본주의는 ‘동등한 가치 교환’과 ‘재분배’의 원리를 공유한다. 하지만 시민 경제에는 하나의 원칙이 더 있었다. 바로 ‘무상성(gratuitas)’에 기초한 상호성의 원리였다. 김 신부는 “이 상호성의 원리는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준다’는 뜻으로, 이웃의 영적·물적 필요를 알아보고, 그것을 무상 혹은 호의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호성의 원리의 최종 목표는 ‘형제성(fraternitas)’으로, 사회 구성원 사이에 ‘형제성’이라는 기본적인 관계를 인식하도록 이끈다. 이는 2009년에 공포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의 기본 원리로도 자리 잡고 있다. 프란치스코회는 이미 사회 안에 존재하던 ‘시장’이라는 장치에 ‘순환’이라는 체계를 적용했다. 이렇게 프란치스코회가 안착시킨 ‘시민 시장 경제’의 목적은 공동선 창출과 형제적 사회 건설이었다. 소유를 통한 부의 축적이 아닌 무소유라는 가난의 영성으로 재화를 순환시켜 경제 활동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난한 이들이 유다인의 고금리 은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던 초저리 신용대출은행 몬테스 피에타티스(Montes Pietatis)였다. 프란치스코회는 몬테스 피에타티스로 반사회적이며 반공동체적인 고리대금업자들의 횡포에 맞섰고, 이들로 인한 가난 발생과 사회 파괴 현상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김 신부는 고착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충격’을 주는 사회적 기업이 프란치스코회의 시민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톨릭교회와 프란치스코회의 전통에 근거한 사회적 기업은 무한히 넓은 구체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환경과 청정에너지, 윤리적 생산과 소비, 교육, 초저리 대출은행, 협동조합 등이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신부는 “이러한 프란치스코회의 시민 경제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의 목표와 수단은 무상성과 형제적 경제 공동체 건설이 되어야 할 것이며, 사회에 충격을 줘 더 지속가능한 형제적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