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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 교리, 제대로 알기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3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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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와 죽은 이의 통공 믿으며 서로의 구원 위해 기도
세상을 떠난 이들 위해 기도하며 삶과 죽음 돌아보는 위령 성월
천국에서 하느님 만나기에 앞서 속죄와 정화 위한 연옥 거쳐야
지상 신자들의 위령 기도가 큰 힘
지상·연옥·천상 구성원들 일치 이뤄
선행·공로 나누며 영적 도움 주고받아
11월은 위령 성월이다. 위령 성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달로, 특별히 연옥 영혼들을 위한 미사 봉헌과 자선 등이 강조된다. 연옥은 무엇이고, 연옥 영혼들을 위한 기도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위령 성월을 맞아 Q&A 형식으로 알아본다.

Q. 위령 성월은 무슨 달인가요?

A. 세상을 떠난 이들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입니다. 특정한 달에 특정한 신심을 북돋기 위해 교회가 정한 한 달 동안의 특별 신심 기간을 성월(聖月)이라고 하는데, 이 중 위령 성월은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지의 영혼, 특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하며 자신의 죽음도 묵상해 보는 달입니다.

Q. 왜 11월이 위령 성월인가요?

A. 998년 클뤼니 수도원의 오딜로(Odilo) 원장은 수도자들에게 ‘모든 성인 대축일’(11월 1일) 다음날인 11월 2일을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지내도록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널리 퍼지면서 11월 한 달간 위령 기도가 많이 봉헌됐고, 이런 이유로 11월이 위령 성월로 정해졌습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하느님 나라를 완성한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제의 성격이 강하고, 위령의 날은 연옥 영혼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날이기에 이 양일을 통해 지상 신자들은 삶과 죽음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Q. 위령 성월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와 선행을 강조합니다. 지상 신자들이 기도하고 속죄 행위를 하면 죽은 이들의 빚을 대신 갚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위령의 날 모든 사제가 모든 연옥 영혼을 위해, 교황의 지향에 따라,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의 지향에 따라 미사를 3대 드릴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습니다. 또 신자들은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연옥 영혼들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8일 동안만이 아닌 11월 한 달 내내 묘지를 방문하고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대사는 영원한 벌(영벌)과는 반대로 일시적으로 잠시 받는 벌(잠벌)을 모두 사면하는 일인데요. 이를 받으려면 고해성사와 영성체, 교황의 지향에 따라 바치는 기도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루도비코 가라치의 ‘연옥’.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Q. 교회가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도 신경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기 때문입니다. 통공은 교회 공동체 모든 구성원이 공로를 서로 나누고 공유한다는 뜻으로, 지상 순례자로 있는 사람들, 죄의 용서와 정화가 필요한 죽은 이들, 하늘에 있는 복된 분들이 모두 그리스도 안에 결합돼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루며 자신의 선행과 공로를 나누고 기도 안에서 영적 도움을 주고받음을 말합니다. 지상 신자들이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하느님 나라의 성인들도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할 수 있다고 믿는 등 교회는 산 이와 죽은 이의 통교가 가능하기에 위령 기도가 가능하고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Q. 기도로 연옥 영혼들이 천국에 가도록 도울 수 있나요?

A. 네.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이들은 그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연옥’은 종종 어떤 장소로 오인되곤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데, 세상에서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다 치르지 않은 영혼들은 천국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전 이를 정화해야 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054항에 따르면, 하느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하늘의 기쁨으로 들어가기에 필요한 거룩함을 얻으려면 죽은 다음에 정화를 거쳐야 합니다. 연옥 영혼들은 자신이 세상에서 저지른 악한 행동 등에 대해 부끄러움과 뼈아픈 후회를 느끼고 삶을 돌아보게 되지만,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기에 지상 신자들이 단식과 기도, 선행, 무엇보다 미사 성제에서의 성체성사를 통해 이들에 대한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정화의 고통을 겪은 영혼들은 하느님 시선을 천상의 순수한 기쁨 속에서 마주 보게 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느님을 직접 봄으로써 천국의 행복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지복직관’(至福直觀)이라고 합니다.

수원교구 용인본당 공원묘원의 시편 기도와 십자가가 새겨진 한 신자의 묘비.

Q. 연옥에 관한 교리는 성경에 나와 있나요?

A. 성경에 연옥이라는 말이 나오진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연옥 교리를 특히 피렌체공의회(1438~1445)와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에서 확정했는데, 성경 구절들로 연옥의 존재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었다’(2마카 12,45)라는 죽은 이들을 위한 속죄에 관한 구절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교구 미헬 레메리 신부는 책 「하느님과 트윗을」에서 “이들이 만약 지옥에 있다면 기도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천국에 있다면 기도는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틀림없이 연옥이 존재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미헬 레메리 신부는 “이는 신약 성경에서 더 분명해진다”며 바오로 사도와 베드로 사도는 영혼 구원과 관련해 ‘불 속’(1코린 3,15), ‘불로 받는 단련’(1베드 1,7)을 말했고,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마태 12,32)이라고 하셨다며 “예수님 말씀에서 어떤 죄는 사후 즉 우리가 연옥이라고 하는 상태에서 용서받을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Q. 위령 기도가 지상에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나요?

A. 물론입니다. 위령 기도는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죄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고(1요한 1,8),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누구든 얼마든지 연옥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령 기도를 하면 연옥 영혼들이 천국에 갔을 때, 우리의 기도와 희생을 잊지 않고 필요한 은총을 빌어 줄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이에 대해 「생활교리」에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사랑으로 서로 돕는 것을 즐겨하시기에, 서로 공(功)을 통할 수 있도록 섭리하시어 우리의 기도와 성인들의 기도를 받아 주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매년 위령 성월, 지상·천국에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서적 :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한국가톨릭대사전」, 「천주교 용어집」, 「YOUCAT」, 「하느님과 트윗을」, 「생활교리」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