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마다 동시 호소 “지구 살리기, 지금 당장”
뜻 함께한 개인의 행동이 모여 변화 이끈다는 믿음으로 투신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지난 12월 24일 낮 11시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옆 공터에는 여느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피켓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90번째 이어가고 있는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같은 시각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환경부 남문 앞에서도 기후행동 피케팅이 펼쳐졌다. 대전가톨릭기후행동의 제29차, 세종가톨릭기후행동의 제20차 금요기후행동 모임이다. 역시 같은 시각, 천안고속버스터미널 앞, 천안가톨릭기후행동 제11차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 활동가 11명이 “지구를 살리자”고 외쳤다.
저마다 큼직한 재활용 종이에, 라면박스를 잘라 만든 피켓 위에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자는 절절한 구호를 담았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석탄화력 중단하고 맹방해변 지켜내자,’ ‘10개 신공항 반대,’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자’, ‘탄소중립 바로 지금 나부터’ 등등 오늘날 생태계 파괴와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호소하는 피켓의 문구들은 소박하지만 진심을 담고 있다.
왜 하필 금요일일까? 금요기후행동의 시발점은 스웨덴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파업에서 시작됐다. 그는 2018년 8월 어느 금요일에 학교 대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1인 시위로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거대한 환경 캠페인이 됐다. 이후 금요일은 생태와 환경, 이웃을 생각하는 날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금요기후행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20년 봄, 평범한 시민들의 ‘지구를 살리자’는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한 후 지난 12월 24일까지 총 90회의 금요기후행동을 펼쳤다. 매주 금요일 광화문에서, 둘째 주 금요일에는 서울 강남 포스코 앞, 셋째 주 금요일에는 여의도 샛강역과 국회의사당역 사이에서 기후행동이 펼쳐진다.
이후 대전과 세종, 천안 등 가톨릭기후행동 지역 모임을 중심으로 금요기후행동이 확산됐다. 특히 금요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례시기와 시의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 4월 2일 성주간 성 금요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명동대성당까지 ‘기후 생태 십자가의 길’을 걸었고, 12월 16일에는 대림성탄기도회를 비대면으로 열었다.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촉구를 위해서 3차례나 삼척을 찾기도 했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운영위원은 “‘금요기후행동’은 대규모 시위도 거창한 행사도 아니지만, 현재와 미래 세대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 모든 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이웃에 대한 호소”라고 말했다. 강승수 신부(요셉·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는 “환경운동은 독립운동하듯 해야 한다”며 “개인들의 투신이 얼마나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 실천이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