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저를 보내주십시오] 살레시오회 왕요셉 신부(하)

박효주
입력일 2024-12-12 수정일 2024-12-18 발행일 2024-12-25 제 342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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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청소년 사목·교육 매진…교감 나누며 친교 이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신앙 하모니, 주님 은총으로 퍼져 나가길”

아흔이 훌쩍 넘은 왕요셉 신부(호세 마리아 비안코·살레시오회)는 나이가 들며 치과도 다녀야 하고 행동도 느려졌으며, 혈압과 신경계 문제도 생겨 여행을 안 좋아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여전히 맑은 눈빛과 정정한 기운으로 한가득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에 왕 신부의 고령은 실감할 수 없었다. 선교사로만 74년을 살며 청소년들과 함께한 시간만큼 그들을 닮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왕 신부의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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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요셉 신부는 어지러운 세태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니까 자비를 베푸실 거예요. 모두 힘냅시다”라며 희망을 보였다. 박효주 기자

밀어주고 끌어주며 청소년과 동고동락

살레시오회는 1954년 한국에 진출해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다. 성 요한 보스코(1815~1888)가 창립한 살레시오회는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을 도우며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으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한다. 살레시오회의 정신에 따라 왕 신부도 청소년들 사목에 힘썼다. 한국에 온 왕 신부는 1964년 4월 광주 살레시오 중고등학교에서 수련자 대상 영어와 라틴어를 가르쳤고, 1971년 3월 중학생들에게 도덕 과목을 가르쳤다. 그 사이 1966년에는 서울 돈보스코 청소년 센터 설립에 참여했다.

“우리는 일생을 젊은이들 가운데 살아왔어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따라가야 되고 동시에 젊은이들을 잘 이끌어야 하죠.”

왕 신부는 “청소년기는 생명력이 한창일 때이기에 활발하고 기쁨도 넘치는 때”라며 “그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운동장에서 운동도 하고 시합도 하며 많은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왕 신부는 기숙사 자유시간을 학생들과 어떻게 재미있게 보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방법이 연극이나 성가 연습, 악단이었다. 당시엔 TV가 없었기에 일요일 오후 저녁이면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성인전 내용으로 꾸민 각본으로 연극을 만든 것이다.

“악기들의 하모니는 모두에게 기쁨이 돼요. 악기마다 서로 다른 음을 내며 하모니가 맞춰질 때 완성된 음악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악단도 꾸렸다. 일본 고아원에 있을 때도 악단은 늘 있었을 정도로 음악이 모두의 정서적 발달과 화합에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왕 신부도 악기를 다룬다. 바로 트럼펫이다. 인터뷰 현장에 악기를 지니고 온 왕 신부는 트럼펫을 불어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의 성가를 연주했다.

기숙사뿐 아니라 학교 성당에서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활동도 있었다. 성당에서 조용히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예식을 위해 열심히 성가도 부르고 합동 성가대도 들고 재단 옆에서 복사도 서면서 서로에게 기쁨이 된다.

“요즘은 휴대폰 때문에 달라졌지만, 옛날에는 함께 모여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더 깊은 친교를 나눌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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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요셉 신부는 “악기들의 하모니는 모두에게 기쁨이 된다”며 지니고 온 트럼펫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성가 연주를 선보였다. 박효주 기자

어지러운 세상, 예수님께 순명하며 기도해야

“선교사란 ‘예수님이 하신 일’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 필요성을 따지기 이전에요.”

왕 신부는 ‘온 세상은 한 가정’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상이 좁아져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거나 세계 곳곳에 여행을 하기 쉬워졌다. 그런데 선교사는 이동이 불편했던 옛날부터 세상에 교리와 복음을 가르치기 위해 파견됐다. 가고 싶은 곳으로 파견되는 것도 아닌, 낯선 곳도 관구장의 뜻에 순명해 떠난다. 신앙과 사명 하나로 말이다. 왕 신부는 이것이 2000년 전 예수님이 하신 일을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살레시오회는 중국, 몽골, 캄보디아, 아프리카, 파프아뉴기니 등에 선교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입니다. 세상을 위하여 기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아주 모범적인 사람 돼야 부하 직원들을 잘 지도할 수 있어요. 하느님을 인정하고 국가 통치도 잘해야 하죠.”

요즘엔 하루 중 성당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왕 신부는 특히 어지러운 세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 등 국가 간의 전쟁과 북한 파병도 문제다. 왕 신부는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특별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모든 사람이 회개하는 날을 꿈꾼다. 그를 위해서는 우리의 정성 어린 기도와 속죄가 먼저일 것이다.

“예수님께서 재림하셔서 불쌍한 인류를 도와주시길 바라요.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니까 자비를 베푸실 거예요.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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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9일 서울 돈보스코 청소년회관 성당에서 열린 왕요셉 신부(가운데)의 50주년 금경축 미사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저를 보내주십시오]는 이번 편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