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COVER STORY - 청년, 희망의 현재 진행형] ②청년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

이승훈
입력일 2025-03-26 09:12:23 수정일 2025-03-26 09:12:23 발행일 2025-03-30 제 343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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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희망’이라지만 정작 ‘현재 주인공’은 아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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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지닌 종교적 관심과 질문은 진지한 것에 비해, 교회가 청년들의 영적 갈망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성당에서 하느님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여전히 영적 갈망을 지닌 청년들. 그들은 왜 영적 보화를 간직한 교회에서 떠나고 있는 것일까?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페트라) 박사는 서강대학교에서 ‘신학적 인간학’ 강의를 하며 다양한 청년을 만난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종교 유무나 신앙의 열심 정도와 관계없이 종교, 교회,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많은 청년들이 수업이나 개인적인 자리에서 이 박사와 종교, 신앙, 하느님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청년들의 많은 수가 “성당에서는 ‘하느님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본당 청년들 사이에서 “하느님”을 운운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거나 ‘유난스럽다’는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본당에 청년회는 있지만, 하느님에 관해 나눌 수 있는 곳이기보다 친목모임이나 본당 행사를 위한 노력봉사단에 치우치기 일쑤였다.

심지어 어떤 청년은 이 박사에게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본당 신부님이랑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청년들은 영적 동반자인 본당 신부와 영적인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들의 이런 반응은 그만큼 교회가 청년들의 영적 갈망을 헤아리지 못했으며, 청년들이 성소(聖召)를 발견하도록 동반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성소는 넓은 의미에서 주님과 나누는 우정으로 부르심, 성덕으로 부르심 등을 아우르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다. 청년들의 영적 갈망이 시작되는 원천이기도 하다. 젊은이를 주제로 진행된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최종문서는 “모든 젊은이에게 성소 사목이 제공돼야 한다”고 ‘성소적 사목’을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통해 젊은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부르심을 깨닫도록 제안한 바 있다.

이 박사는 “내 존재의 의미, 하느님이 계획하신 내 삶의 의미와 같이 각자의 성소를 찾고자 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청년들이 지닌 종교적 관심과 질문은 굉장히 진지한데, 교회가 청년들의 영적 갈망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개별 성소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목 혹은 봉사 위주 본당 청년회, 청년들의 영적 갈증 헤아리지 못해
청년들 스스로 영적 요구 표출하는 주체적 교회의 일원으로 존중해야

울타리 안에 머무는 청년사목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해 주고, 청년들과 대화하고, 청년들이 그 어려움을 신앙으로써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로부터, 그리고 그리스도의 말씀과 사랑으로부터 청년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청년사목에 대한 어느 청년담당 신부의 응답이다. 청년사목에 관한 좋은 방침으로 보이지만, 경희대 사회학과 송재룡 교수는 “(여러 청년사목자가)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면서 “이러한 입장은 청년신자들을 붙들어두고 끌어오려는 의지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청년 신자들의 탈종교현상에 대한 일 고찰」에서 서울 시내에 자리한 5개 종교기관의 청년 사목자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비교 연구한 그는 “그들이 혁신적 방안의 필요성을 인지하더라도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마련된 실천적 방안들은 가톨릭 신앙의 가르침에 의해 만들어진 전통적 패러다임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많은 청년들이 울타리 밖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울타리 안에서만 사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경청 과정을 통해 작성된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에서 한국교회는 “거의 모든 교구에서 그들(젊은이)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언급했다”며 “교회는 젊은이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며, 함께한다고는 하는데 젊은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노력들이 부족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물론 여러 수도회와 교구가 시작한 청년 밥집 등 울타리 밖 청년을 찾아 나서는 노력은 있었다. 그러나 사목현장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본당에서는 울타리 밖의 청년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13년째 냉담 중인 이미란(라우렌시아·33) 씨는 “고등학생 때 교목 신부님과 철학적 주제로 소통한 것에서 종교에 매력을 느껴 세례를 받고 성당을 다녔지만, 지역 성당에 간 이후 ‘다음에도 성당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성당과 멀어졌다”면서 “성당이 종교의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기보다 새 신자가 늘어나는 것과 그저 원래 신자가 성당에 오는 것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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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5일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 청년 모임에서 기도하고 있는 청년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청년은 미래의 희망?

송 교수가 지적했듯 ‘전통적 패러다임’도 청년 사목이 벗어나지 못하는 또 다른 울타리다. 2023년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실시한 코로나19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변해야 하는 문화를 첫 번째로 ‘권위주의 문화’, 두 번째로 ‘사제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다. 청년들을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면서도, 미성숙한 존재로,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기면서 ‘현재의 희망’으로는 바라보지 않는 태도가 청년들이 교회에 머물러 있지 못하게 하는, 혹은 교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정구훈(이사악·37·인천교구 부평1동본당) 씨는 “본당 내 청년 활동 운영 문제나 삶과 신앙충돌 문제로 겪는 고민에 질문을 던질 때 ‘전통적으로 이렇게 가르쳐왔다’, ‘너희는 아직 신앙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는 식의 대답을 들으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며 “결국 질문한 청년들은 불편한 존재가 되고 대화의 문이 닫혀 신앙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통해 “교회의 지체들이 언제나 예수님처럼 다가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젊은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젊은이들의 진정한 물음들을 허용하지 않고 그들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때로는 틀에 박힌 정답과 구태의연한 해결책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다”고 교회의 현실을 비판한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는 “청년사목은 사목자와 교회 조직이 일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청년에게 적용하는 것이 관습이었다”고 청년 사목의 전통적 패러다임을 설명하면서 “‘청년을 위한 교회’적 자원과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보다 ‘청년들의 교회’ 즉 청년들 스스로 생각하는 다양한 영적 체험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나누며 청년들의 영적이고 신앙적인 요구가 표출되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들을 ‘미래’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니라, ‘현재’의 주인공으로서 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