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 요구하는 사목은 옛말…이제 ‘신뢰’와 ‘동반’이 핵심 청년들, 서울 WYD 기획·운영에 적극 참여 ‘청년 목소리’ 반영 노력 시노달리타스 정신 따라 경청하며 동등하게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야
청년이 시노달리타스 정신의 예외가 될 수 없듯 이들에게도 교회의 ‘현재’로서 교회의 특정 부분만큼은 주체적으로 이끌고 갈 능력이 있고, 교회는 그들의 부족함을 채우고 함께하는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본지는 교회 내에서 주어진 사명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교회의 ‘동반자’적 역할의 의미를 알아봤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척척! 교회의 청년 재발굴
“스포츠 관련 전공부터 국제 업무 경험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오는 전문성에 창의력을 더해요.”
최근 들어 청년들의 능동적 참여를 위해 교회가 문을 열고 있다. 서울대교구 WYD 기획사무국(국장 이영제 요셉 신부)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사전행사 준비 등에 참여하는 청년 봉사자들이 직접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오는 5월 서울 혜화동 일대에서 열리는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부터 시작해 청년 희망 순례, 나무 심기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청년들이 깊이 관여한다.
3월 22일 서울 명동 기획사무국에서 열린 전략팀 전체 회의에서 청년들은 팀 내 각 파트별 사업 진행상황과 후원 기업 유치 방안, 희망 순례 동선과 안전 확보 방안, 행사 강연자 섭외 등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사무국 차장 이상진(아모스) 신부는 “WYD와 연계한 올해 5월 성소 주일 행사를 예로 들면 5개의 상설 프로그램과 6개의 이벤트 프로그램은 청년 봉사자들이 팀을 짜 토의하고 실행 방안을 직접 마련한다”며 “성소 주일 미사의 경우 청년들은 교회 전통의 미사 형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톡톡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고 전했다.
교육 전략 파트를 맡은 청년 양혜경(마리아) 씨는 “행사의 방향성 등 큰 틀은 교구에서 정하지만 프로젝트 기획같이 청년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도사제의 피드백을 받는다”며 “지자체나 다른 교회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들은 신부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살레시오청년운동(SYM, 전국 담당 이현진 바오로 신부)도 청년들의 능동적 참여를 중요시하고 있다. 청소년·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리·인성 교육부터 시작해 올해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6회 한국살레시오청년대회(KSYD) 기획까지 청년들이 도맡아 한다. 이현진 신부는 “전국에 있는 SYM 소그룹 청년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간직한 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특별한 점은 신부님들이 결정한 것을 청년들이 따라오며 돕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 기획 단계부터 함께 시작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6호 보호처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성·교리 교육을 하고 있는 SYM '마고네프렌즈' 소속 청년 나종인(베드로) 씨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전체적인 방향성은 아무래도 신부님들이 동반해 주고 계시지만, 본당 활동에 비해 청년들이 더 큰 권한을 가지고 교육 계획을 세운다”며 “주체적으로 봉사할 수 있다 보니 경험도 쌓이고 어느새 6년 넘게 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는 청년의 성숙한 동반자
이처럼 교회 구성원 모두의 주체적 참여를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최근 교회도 청년들을 ‘주체’로 참여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WYD 기획사무국 청년 봉사자와 살레시오청년운동 외에도 의정부교구는 청년기후모임 ‘청숲’을 창설하고 청숲을 비롯한 교구 청년들이 능동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공간인 일산 에피파니아센터, 의정부 에파타센터를 열었다. 또한 최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등 일부 본당은 청년 사목회를 신설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본당 사목에 적극 반영하고자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모두 청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차근차근 내어 맡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고 교회가 마냥 방관자로 있지는 않다. 신앙 증진과 교리 등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청년들이 잃지 않도록 이들과 ‘동반’한다는 표현을 사목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들을 수 있었다. WYD 기획사무국 차장 이상진 신부는 “우리는 스스로를 ‘동반 사제’라고 부른다”며 “사실 교회의 가르침을 어떻게든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습관처럼 ‘지도’하려는 경우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성찰해 나간다”고 전했다.
이현진 신부도 “그간 교회가 청년들을 주역이 아니라 ‘소비재’처럼 바라봐 온 것이 사실”이라며 “당연히 청년들은 젊기에 경험의 측면에서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들을 능력이라는 기준에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이 바라보시는 것처럼 그 존재 자체로 우리와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YM에서는 청년들을 미래이자 동시에 현재로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사제들이 ‘동반’한다는 표현을 쓴다”고 전했다.
동반의 모델,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 함께한 예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 최종문서는 젊은이들과 동반해야 할 교회의 모습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예수님에게서 찾는다. 문서는 머리말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전형적으로 꼽는 예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이야기”라며 “예수님과 제자들은 공동체를 뒤로한 채 예루살렘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예수님은 그들의 길동무가 되어 함께 걸으셨다”고 언급한다. 최종문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의 말을 인내 속에 경청하며,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스스로 깨닫게 도와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과 반대로 가는 제자들을 예수님이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은 교회가 청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의 길잡이가 돼준다. 정규현 신부(마르티노·서울대교구·서강대 사회학과 박사 수료)는 “청년들이 곧장 가는 지름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 반대 방향의 길로 가더라도 교회가 신뢰와 동반의 역할로써 인내하고 버틸 영적 에너지를 가졌는지가 관건”이라며 “정답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함께 체험하며 나아가는 것이 최종문서가 요구하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