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르포] 꿈나눔 재단 경북북부제1교도소 교정 사목 현장에 가다
인내와 보속의 사순 시기를 누구보다 마음 깊이 지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정 시설에 있는 수용자들이다.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며 성찰과 정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용자들. 교정 시설은 사회적 처우 활동 중 하나로 천주교 등 종교 활동을 지원해 수용자들의 사회 통합을 돕고 있다. 25년째 꾸준히 교정 사목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교정 위원인 사단법인 꿈나눔 재단(지도 서상진 바오로 신부)의 신원건(대건 안드레아) 이사장과 함께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 경북북부제1교도소를 찾았다.
나눔과 배려의 소공동체 모임
“주님, 이 자리에 오늘도 주님께서 함께하시어 축복 내려주시고 형제간 사랑이 가득하도록 은총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
한 수용자의 진지한 기도와 함께 소공동체 모임이 시작됐다. 신원건 이사장, 재단 후원회원 김미자(체칠리아, 수원교구 미리내본당) 씨와 7명의 수용자가 교육관에 모였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인사한 뒤 오늘의 복음을 읽으며 와닿는 구절을 세 번씩 낭독하고 침묵 속에 말씀을 새겼다. 그 후 돌아가며 구절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실천 사항을 나누는 모습은, 철창문 안에 있다는 것만 빼면 여느 소공동체 모임과 다르지 않았다.
루카복음 9장 28절에서 36절의 복음 구절을 나눌 땐 지난날에 대한 성찰과 연결하는 수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제자들이 잠에 빠졌다가 예수님 영광을 본 부분이 와 닿는다”고 말한 배진우(가명, 요셉) 씨는 “유혹과 향락 속에 있던 옛날의 내가 바로 잠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면서 “여기에 와서도 계속 잠들어 있었지만 끊임없이 도와주신 여러 손길 덕분에 잠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훈(가명) 씨는 “이전에 개신교회를 잠깐 다닐 때 누군가가 내 편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던 걸 잊고 살았다가 이곳에서 천주교 모임과 기도, 미사를 하며 마음을 치유 받았다”며 “많은 가르침을 외면하며 살았는데 앞으로 삶에 있어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배우며 잘 살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저번 주부터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했습니다.”
총 두 명의 예비신자에게 수용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예비신자 외에도 유아세례를 받았던 수용자부터 다른 종교 모임에서 옮겨온 첫 참가자까지 구성원은 다양했다. 소공동체 모임이 끝난 후 재단에서 준비해 온 음식을 다 같이 먹는 시간이 마련됐다. 음식에서 거리가 조금 먼 사람들에게 가까이 놓아주고, 먼저 다 먹은 곳에 많은 쪽 음식을 덜어주는 등 따뜻한 배려가 이어졌다. 펼쳐진 치킨 외에도 과일이며 과자 같은 소분한 간식들을 서로 챙겨주기도 했다. 신 이사장이 챙겨간 책도 시설 측의 확인 후 배분됐다.
나를 들어 올리신 하느님
보통의 소공동체 모임과 다른 점은 또 하나 있었다. 피해자를 위한 기도와 수용자를 위한 기도를 모임 시작과 끝 즈음에 각각 바친다는 것이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작업반장 역할도 맡았던 정건우(가명, 라우렌시오) 씨는 “사실 사건 당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기도 생활을 하면서 그것을 잘 모르는 내 모습이 큰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훗날 내가 받은 자비와 자선을 조금씩이라도 꼭 갚아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무기징역 형을 받고 27년째 지내고 있는 박영섭(가명, 미카엘) 씨는 “2심 때 사형을 선고받고는 자포자기로 있었는데 미사에 참례하며 마음이 평온해졌고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게 됐다”면서 “그 후 다행히 감형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4시에 일어나 묵주기도 3~4단씩 꼭 한다”면서 “사순 시기에는 눈이 안 좋아서 놓고 있던 성경 필사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하진(가명, 시몬) 씨는 “봉사자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건네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는 일주일, 열흘을 버티는 힘”이라며 “시작된 사순 기간에 천주교의 전례 시기나 용어 설명 등이 담긴 책을 필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씀 읽고 나누는 소공동체 모임…신앙 안에서 성찰·정화 이끌어
매 모임에 피해자를 위한 기도 바쳐 “기도 생활 통해 잘못 뉘우쳐”
경북북부제1교도소는 사회적 처우 중 하나로서 천주교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인 미사와 기도 모임을 주관하고 수용자들과 상담 시간을 가지며, 천주교 교육과 가족 연결, 사회복지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담당 이창운 교사는 “수용자들은 교회 활동을 통해 부정적 감정을 떨치고 내면의 평화와 보다 높은 가치를 얻어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향하게 된다”며 “수용자들이 신앙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어 “이 외딴곳까지 찾아와 교정 봉사를 하는 이들의 노력과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교도관들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찾아가 친교 맺은 예수님처럼
안동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차광철(베다) 신부는 “이곳에는 모든 관계가 끊긴 이들이 많은데 하느님은 관계를 끊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교정 사목”이라며 “세관장 자캐오나 간음한 여인이 먼저 예수님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먼저 그들을 찾아갔던 모습을 교회가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도소 안에서 팔지 않는 너구리 라면을 먹고 싶어 한 수용자가 있어 보냈더니, 나중에 울면서 먹었다는 편지가 왔다”고 말한 차 신부는 교구 교정 사목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렇게 귀하게 쓰이는 후원금 봉헌은 사랑의 최소한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 신부는 “교회에서 준비한 간식이 부족할 때는 미사 참례만 하러 온 이들에게 신자인 수용자들이 간식을 양보하는 아름다우면서 안타까운 모습도 종종 보였다”고 덧붙였다.
신원건 이사장은 현재 경북북부제1·2교도소, 안동교도소 등 세 곳을 매월 정기 방문하고 있으며, 총 9개 교도소 40여 명의 수용자에게 영치금·간식·병원비·도서·검정고시 교재 지원을 하고 안동교구 교정 사목 후원 등을 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방문했을 때 조금 더 내실 있는 시간을 갖고자 소공동체 모임을 시작했다”며 “사회에 다시 나가서 냉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명이라도 우리를 통해 도움을 받고 다시 살아간다면 그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 이사장은 “나는 소아마비로 한쪽 발이 불편해, 다른 쪽 다리로만 운전해서 새벽부터 오는 일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수용자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내 힘이 닿는 한 계속 오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전했다.
※ 후원 우리은행 1005-003-570954 사단법인 꿈나눔 재단
※ 문의 010-5211-2571 신원건 이사장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