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 받은 갈소윤 수녀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16 수정일 2022-03-16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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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살며 헌신했다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같아요”

 2007년 입국해 15년간 활동
 이주민·난민 정착 위해 노력
“난민도 이웃” 먼저 손 내밀길
“한국에 살며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다는 뜻에서 하느님께서 준 특별한 선물입니다.”

대한민국 공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4일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된 갈소윤 수녀(Gal Christina Evelina·성령선교수녀회)는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갈 수녀는 한국에 머무는 기간 동안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과 난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영적·물적으로 헌신적인 도움을 베풀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갈 수녀는 2007년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처음 한국 땅을 밟고 15년간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사도직 활동을 펼쳐왔다.

갈 수녀는 ‘세상을 빛내라’는 뜻을 담아 받은 한국 이름대로 이곳에서 이주민들에게 빛이 돼줬다. 국적 취득과 관련해 “돕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라는 뜻인 것 같다”며 “앞으로는 국내 이주민 외에 한국인들을 위해서도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대상 영성 돌봄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갈 수녀는 사실 신학을 바탕으로 영성 사목을 펼치길 원했다. 하지만 이주사목위원회에 발령을 받으며 “외국인인 내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내 “이들이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돕는 게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사명이라 생각했다”며 “각기 다른 종교를 넘어 이주민들을 인간으로서 돕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갈 수녀는 이후 15년 동안 의정부교구 구리 EXODUS(엑소더스), 수원교구 안양 엠마우스 공부방,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센터’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 아동 지원에 힘썼다.

특히 2018년 나오미센터에서는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 보호 및 지원에 앞장섰다. 그는 활동가 2명과 함께 예멘인 500여 명을 지원했다. 건물주를 설득해 재개발 대상 아파트 15채를 빌려 예멘인들을 머물게 했다. 이들이 아프면 직접 병원에 데려갔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전달했다.

갈 수녀는 예멘인을 돕던 제주교구 신자들을 통해 한국 신자들의 그리스도적인 배려를 체험했다. 그는 “한국 신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난민들에 대해 한없는 따스함을 보여줬다”며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예멘인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나오미센터에서 이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갈 수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난민 문제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임을 다시금 느낀다”며 “우리 이웃인 난민들을 향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먼저 손을 내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