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껏 부르는 성가와 기쁨에 찬 “아멘”… 서서히 활기 되찾아
변화된 신자들 인식 고려한
사목방법 개발 필요성 높아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하느님과 신자들 사이의 거리를 벌려 놓았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4월 18일 해제됐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주일미사에는 하느님의 집에서 복음 선포의 기쁨에 함께하길 기다렸던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교우들과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반가움을 표했다. 성당에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안도감을 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성당에서는 얼마 전까지 들을 수 없었던 기쁨의 찬송이 흘러나왔다.
■ 2년 1개월만에 주님의 집으로
“이게 얼마만이에요, 별일 없으셨죠? 성당에서 다시 만나니 참 좋네요.”
4월 24일,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처음 맞는 주일미사. 서울 상봉동본당(주임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신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잡고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성당에서 다시 만나 정말 기쁩니다.” 웃으며 건네는 말 속에는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 준 것에 대한 안도, 성당에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기쁨이 공존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5일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을 통해 대규모 행사와 집회, 종교활동 수용인원, 사적 모임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4월 18일부로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사 참례인원 제한이 모두 해제됐다. 제단체 모임이나 교육, 본당행사 등도 백신 접종 여부와 인원 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신자들은 미사 전례에 따라 응답을 하고, 성가를 부를 수 있게 됐다. 2년 1개월 만에 생긴 변화다.
미사 풍경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떨어져 앉기 위해 자리에 붙여둔 스티커도 사라졌다. 성가를 부를 수 없어 빼놓았던 성가책도 다시 제 자리에 채워졌다. 성가대석을 채운 단원들의 모습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는 입·퇴장, 성체를 분배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주일미사에서 2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강론을 하게 된 주임 김민수 신부는 “몇 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강론하려니 어색한데, 제 얼굴 보니 좋으시죠?”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넨다.
아직 마스크를 벗고 미사를 드리진 못하지만 ‘거리두기 해제’라는 변화는 서로 간의 마음의 거리를 한층 좁혀놓은 듯했다. 옆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평화의 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오랜만에 성가를 큰 소리로 부르는 신자들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 찼다. 성체를 모시기 전 대답했던 ‘아멘’이라는 한 마디는 신자들이 미사 중 가장 되찾고 싶은 순간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신자들은 자비와 은총을 내려주신 하느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리스도의 몸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아멘’을 외쳤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임귀선(요셉피나)씨는 “그간 미사 때 성가도 부르지 못하고, 사람들과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예전처럼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신부님 얼굴을 보며 강론을 듣고 성가도 크게 부르며 미사를 드리니 정말 행복했다”라고 밝혔다.
4월 24일을 전후로 많은 본당은 소공동체 모임 및 회합도 재개하며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날 주일미사 안내 봉사를 한 서은숙(가브리엘라)씨는 “오랜만에 성당에 오신 분들 가운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참 기쁘다”라고 말했다.
김민수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성가도 부르고, 몇 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강론을 하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미사다운 미사를 주례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 팬데믹 이후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었던 이날 상봉동본당 교중미사에는 167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4월(322명)에 비해 44%가량 줄어든 숫자다. 미사참례자 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한 본당은 상봉동본당뿐만이 아니다. 2019년과 올해 하느님의 자비 주일 교중미사를 비교하면, 청담동본당은 603명에서 273명으로, 여의도동본당은 600명에서 338명으로, 각각 55%와 45%가량 감소했다. 이는 타교구도 마찬가지다. 청주 내덕동주교좌본당은 2019년 4월 하느님의 자비 주일 교중미사에 900여 명이 참례했지만, 지난 4월 24일에는 신자 193명이 성당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주일미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미사참례자 수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미사를 참례하는 신자 수가 증가하면서 신앙생활에서 성사와 전례의 중요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사참례를 하지 못하면서 신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교회를 떠난 신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난해 10월 본지와 우리신학연구소(소장 이미영 발비나)가 실시한 ‘포스트 팬데믹과 한국천주교회 전망에 관한 의식 조사’에 따르면, 신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신자들의 미사참례가 줄어들 것’(75.5%)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코로나19로 교회를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예측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에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목 활동은 ‘본당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탐구’(32.4%), ‘전례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로 전환’(29.2%)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례, 신심 활동 중심의 신앙생활에 대한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본당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변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김민수 신부는 “코로나19가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영상으로 미사를 드리는 것에 익숙해진 분들, 아니면 냉담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해서 금방 옛날처럼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신자가 줄어든 상태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앙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이 변했기에, 사목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본당 사목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김민수 신부는 “이젠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을 의무적으로 할 것을 강요할 수 없다”며 “신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파악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목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장 변승식(요한 보스코) 신부는 “신앙과 공동체 회복의 해법을 시노달리타스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청과 나눔을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이 여정은 교회가 변화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 신부는 “달라지는 세상의 이야기, 특히 평신도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걷는 이 여정에서 미래 교회에 필요한 사목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