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초상이 없는 선현들의 용모를 찾아내기 위한 영정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주로 해당 위인들의 문헌자료와 직계 혈손들의 용모에서 표준우성인자를 추출하여, 어느 정도 직계 후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얻어냈다. 혈손들의 용모에서 그 위인의 인품과 진상(眞像)을 찾아내는 작업은 무척 난이도가 높고, 영혼의 교감까지 요구되는 영역이라서 여간 까다롭고 난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연구 분석한 통계적 골상학과 관상학 그리고 인상학과 기색의 찰색법 등 가능한 모든 추출 방식을 동원하여 유전적 형태를 부위별로 분석한다. 그 표준유전인자를 모본으로 하여 주인공의 근사치를 찾아내고 최종결과의 용모를 도출하여 완성한다.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포 지역 방문 기념 특집으로 ‘TJB화첩기행-내포성지순례 2부작’을 제작하기 위해 2주간 촬영과 현장 사생 작업을 진행한 일이 있었다. ‘TJB화첩기행’은 TJB대전방송의 예술과 여행 프로그램으로,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읽고 그리며,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휴머니티를 사생과 음악을 통해 풀어갔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천주교의 못자리’로 꼽히는 내포 지역의 의미를 되새기며, 교황이 찾는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순교성지를 비롯해 한국 천주교의 샘터로 불리는 여사울성지 등 대표적인 천주교 성지를 미리 돌아보았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기념할 만한 일을 고민하던 중 “마더 테레사가 한국인이었다면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에 내포의 마더 테레사를 찾아보는 시나리오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랑의 천사 마더 테레사 수녀의 따뜻한 품성과 신앙적 향기를 기리기 위해 내포 지역 성지인, 해미순교성지 성당의 신자 중에서 오랜 세월 동안 깊은 신앙심으로 다져진 여성 신자들을 물색했다. 그 결과 14명의 할머니 얼굴에서 신앙적 용모 우성인자를 추출하여 한국의 ‘내포 마더 테레사’ 초상을 구현해 냈다.
신앙적 용모란 하느님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다져진 용모를 말하는데, 안면근육의 활성도를 측정하고, 안면피부의 발색도를 찰색하여, 발색도와 활성도 등이 높은 용모인자 중에서 우성인자를 찾아 분석하였다. 그리하여 인자하고 단아하며 맑고 신앙심이 깊은 내포의 할머니 초상을 탄생시켰다.
이번 초상화 작업을 통해 마더 테레사 수녀가 걸어온 성녀의 삶과 참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과 우리 곁에서 발견한 테레사 수녀의 모습 등을 통해 삶의 행복과 기쁨, 보람과 희망이 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내포 지역에 다시 탄생하는, 부활하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초상화를 구현해 내는 일련의 과정들은 오롯이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잠재의식 속에 깊숙이 침잠해 있던 어떤 영적 메시지를 받는 시간, 묵상하며 기도하는 무언의 영적 소통의 시간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글 _ 윤여환 요한 사도(충남대 회화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