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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림동본당 가두선교 현장] “직접 만나 환대하니 많은 분이 반겨주네요”

박주헌
입력일 2024-05-27 수정일 2024-05-29 발행일 2024-06-02 제 339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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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교자 증가·냉담 교우 회두 열매…공동체 신앙 성숙에 긍정적 효과

“왜 거리에서 선교를 하느냐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기회가 없어 성당 문을 두드리지 못하던 이웃과 냉담 교우들에게 신앙의 물꼬를 터주는 길은 그들을 직접 만나 초대하는 ‘환대’에 있지 않을까요.”

서울 도림동본당(주임 박정우 후고 신부)은 5월 19일과 25일 본당 관할 구역 곳곳에서 가두선교를 펼쳤다. ‘도림동성당’이 적힌 어깨띠를 두른 신자들은 공원 입구, 아파트 공터, 사거리 건널목처럼 사람이 많이 머물거나 지나가는 20개가량의 지점에서 행인들에게 본당 홍보 리플릿을 나눠주며 “문이 활짝 열린 우리 성당에 새로운 가족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입교 희망서를 써서 건넨 주민들은 “성당에 가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늘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신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초대해 주니 마침내 용기가 났다”고 기뻐했다.

본당은 지난해 10월 예비 신자 교리반 입교 신청자가 5명뿐인 것에 충격을 받아 그달부터 가두선교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코로나19로 많은 신자가 교회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데 입교자마저 급감한 현실, 거리에 나가서라도 천주교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여러 선교 방법 중 가두선교의 필요성을 절감한 건 성당과 연결점이 없는 이웃을 ‘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당 선교분과 관계자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새 신자 중에는 기존 신자로부터 입교 권면을 받은 지인들이 상당수다. 주변에 가톨릭신자가 없거나 같이 다니자고 권유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신앙에 관심이 있어도 입교에 엄두를 못 낸다. 가두선교에 관심을 보인 한 행인은 “팔을 잡아 끌어줄 사람이 없으니 집에서 천주교 유튜브 영상만 보게 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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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서울 도림동 내 아파트 단지에서 가두선교에 나선 도림동본당 신자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본당 홍보 리플릿을 나눠주며 환대하고 있다. 사진 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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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서울 도림동의 한 건널목 앞에서 가두선교를 펼치는 도림동본당 신자가 지나가던 청소년에게 본당 홍보 리플릿을 건네고 있다. 사진 박주헌 기자

‘불신 지옥’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특정 교단의 강요적이고 불쾌한 선교 행위, “천주교도 돈이 없나 보네”라는 식의 오해 때문에 가두선교에 부정적 인식도 따랐다. 그래서 신자들도 처음에는 큰 호의를 보이지 않았지만, 주임신부와 꾸리아 단장이 펼친 3차례 교육과 강의, 2~5월 매일 미사 후 드린 ‘가두 선교를 위한 기도’를 통해 영적으로 무장하면서 ‘이는 편견일 뿐’이라는 데 눈떴다. ‘하느님 만난 기쁨, 이웃에게 전파하자’, ‘사랑으로 초대하자, 도림동성당으로’라는 구호도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19일 가두선교에서는 지역 주민 18명이 6월 입교식에 참석하겠고 답해왔다. 그중 냉담 교우 9명은 고해성사를 바치고, 장기 냉담 교우는 교리 재교육을 받게 됐다. 특히 신자들은 입교자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거리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당에 다니거나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펼친 공동체적 응원이 성공을 거뒀다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낀다.

입교 희망자를 상담한 신자 강미령(율리안나)씨는 “주변에 신앙을 권하는 사람이 없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성당에서 가두선교를 하는 모습이 반가워 입교 희망서를 썼다는 한 이웃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들 내면에 잠들어 있을 뿐인 신앙적 열망을 깨워주는 것이 지역 신자로서 할 수 있는 선교 역할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임 박정우 신부는 “가두선교가 아직 우리 교회에서는 생소하지만 분명 이를 통해 용기를 얻어 입교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또 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의 선교 사명감과 정체성 증진이라는 열매도 크니 많은 본당이 동참한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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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서울 도림동 내 아파트 단지에서 가두선교에 나선 도림동본당 신자들과 주임 박정우 신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박주헌 기자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