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 사망 원인 및 지원’ 위한 연구 보고서 발표 사망 원인 여덟 가지로 분류, 죽음 이후 존엄한 대우 강조
국가인권위원회가 11월 29일 공개한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구축을 위한 연구’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 사망 현황과 원인에 대한 체계적 통계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변사와 무연고 등을 제외하고 한국의 행정 시스템에서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는 214명으로, 2022년에 사망한 모든 이주노동자 3340명의 6.4%에 불과하다. 정보가 남아 있는 214명 중에서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망은 137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1%다.
또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한국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통계에서, 근로복지공단 등을 통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망자는 총 729명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실제로 경찰청이 제공한 전체 통계에선 이주민 ‘변사자’만 해도 5년간 총 320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아예 산업재해 신청을 못 한 이주노동자의 ‘비산업재해 사망’에 대한 현황과 원인마저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는 이주민 관련 활동가와 전문가, 노동자 등 51명을 선정해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주노동자 사망 원인을 위험한 근무환경, 사업주에 의한 폭력적인 근무 환경,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 등 8가지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이주노동자 사망 이후 발생하는 문제점을 ‘사망원인 규명의 장벽’과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 ‘장례 및 시신·유해 송환 과정의 어려움’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이주민 관련 정책의 개선방안으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확보 ▲미등록 이주노동자 의료접근성 확보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현황 및 원인 통계수집 및 발표 ▲이주노동자가 죽음 이후에 존엄한 대우를 받기 위한 공공지원제도 확보 등을 제시했다.
연구 보고서를 접한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는 교회 내 이주사목 활동의 중요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위원회 총무 황성호(미카엘) 신부는 “보고서 내용은 이주노동자들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자료는 우리 사회에 이미 이주노동자들이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현실, 이들을 동등한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인간 중심의 가치관을 두고 활동하는 민간단체들의 지원예산을 2023년 12월 기준 모두 삭감해버렸다”며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려면 각 교구가 운영하는 이주사목을 비롯한 민간단체들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맡겨 작성됐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