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걸어가는’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성령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공동식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산하 평신도사도직연구소(소장 이창훈)는 11월 7일 서울 중림동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1층 명례방에서 ‘공동합의성–권위주의와 다수결주의를 넘어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10월 ‘누구를 위한 누구의 교회인가-하느님 백성의 공동합의성(synodalitas) 실현’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로, 공동합의성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동합의성의 여정에서 공동식별의 의미’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평신도사도직연구소 부소장 현재우(에드먼드) 박사는 “공동합의적 교회는 권위주의나 다수결주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귀 기울이는 공동체가 될 때 가능하다”면서 “공동체가 성령께 귀 기울이는 것이 바로 공동식별”이라고 강조했다.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을 실천하는 평신도 단체 한국CLC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 박사는 발제에서 자신의 한국CLC 공동체 활동의 경험을 반영해 한국교회가 공동식별을 실천하기 위한 7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현 박사는 ▲문제를 명확히 하기 ▲정보 나누기 ▲개인 성찰과 기도 ▲공동으로 정리하기 ▲느낌을 살펴보는 타진 ▲결정 ▲확정이라는 공동식별을 위한 7가지 단계 외에도,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사명 의식을 고취하고, 사제와 수도자들을 영적으로 동반하며, 제도교회 안에서 평신도에게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논평에 나선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삼천년기 하느님께서 교회에 바라시는 것이 바로 공동합의성”이라면서 “공동합의성은 무엇보다 우리 주교들을 위해, 우리가 주교직무를 수행해 나아가는 방식 안에서 회개를 위한 역동적인 부르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주교는 “공동합의성은 교회 구조의 변화가 아니가 이러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 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경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그동안 교회는 거대한 정원 안에 있는 하나의 꽃만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제는 정원 안에 있는 다양한 꽃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하느님의 얼굴, 바로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수회 이근상 신부는 공동식별이 가장 좋은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공동식별은 하느님 영의 움직임을 발견하는 것”이라면서 “공동식별이 의사결정 절차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듣는 영적 회심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교회가 공동식별을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개인 신앙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의 삶을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소장은 공동합의성 실현을 위해 “교회가 함께 가기 위해 평신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과정인 소공동체나 본당 사목평의회, 각 단체 총회가 신자들의 다양한 신앙 감각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