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 속 여성 문제 터놓고 이야기 해볼까요
신학자·전문가 등 30여 명
여성 시각으로 신앙 바라보며
다양한 관점으로 담론 나눠
오프라인 통해 해외서도 동참
교회가 변화시켜야 할 여성 문제들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신앙과 성경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공부하는 소모임이 생겼다.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이하 예여공)이다.
8월에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 회원 3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 교육관에서 모여 여성신학을 공부하고, 여성 주제 도서를 읽으며 독서 토론을 한다. 예여공 네이버 카페(bit.ly/3jJtdSu)에는 여성신학 자료, 여성 관련 영화와 문학을 나누는 장이 마련돼 있고, 회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교회와 세상 속 여성 이슈를 활발히 공유한다.
모임 시작은 가톨릭성서모임에서 운영하던 독서클럽이다. ‘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독서클럽에 참여했던 이들이 뒤풀이 자리에서 교회와 여성에 관해 나눌 담론의 장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했고, 한뜻으로 예여공을 만들었다.
예여공은 스터디보다는 편안하게 식사와 다과를 나누며 교회와 여성에 관해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여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모임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모임은 늘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한다. 덕분에 유럽, 북미, 남미 등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속속 늘고 있다.
예여공의 특징은 평신도 신학자, 사회 여러 분야 전문가, 평범한 신자들이 한데 섞여 다양한 관점을 함께 나눈다는 점이다. 참여 연령대도 다양하고 여성뿐 아니라 남성 회원도 많다.
두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모임에 참여하는 유형선(아우구스티노·48·의정부 목동동본당)씨는 “여성 관련 강의를 듣고 싶었지만 가톨릭 안에서 찾을 수 없어 개신교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며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학자들과 달리, 평범한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없어서 무척 의미 있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는 홍예진(크리스티나·24·의정부 행신1동본당)씨는 “신학을 배우는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교회 안 여성 문제에 대해 여러 고민이 생기고 충돌도 느꼈다”며 “예여공에서 고민을 나누며 연대의 힘을 믿게 됐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예여공에 참여하고 난 후 최근 학교에 여성신학 스터디도 만들었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데에는 모임 공간을 제공한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원근호(바오로) 수사 역할이 컸다. 원 수사는 “공간이 있어야 모임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예여공은 교회의 안타까운 이야기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공부하며 건설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임이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교회 안에 예여공같은 모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더 많은 신자가 여성신학과 페미니즘, 교회 안 여성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활발히 나누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