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때문에 갚아야 할 ‘벌’ 면제해주는 것 고해성사로 죄 용서 받더라도 잠시적 벌 그대로 남아있어 죽은 뒤 천국에 들어가려면 ‘정화’ 의미로 벌 사면 받아야 면죄부는 잘못된 표현
◆ 권력 있는 누군가의 악행이나 비행을 미화하거나 혹은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려고 하면 ‘면죄부’를 준다고 합니다. 면죄부는 무엇입니까?
면죄부(免罪符)라는 용어는 ‘Indulgentia’를 중국의 한문 천주교 교리에서 ‘주교의 사면권에 의해서 죄의 면죄를 증명하는 서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이러한 서적을 통해 한국에서도 면죄부라는 용어가 도입되었다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 일제 강점기에 ‘Indulgentia’를 면죄부로 번역한 일본어를 받아들였다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Indulgentia’를 공식적으로 ‘대사’(大赦)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16세기에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기 위하여 면죄부를 판매하면서, 헌금함에 쨍그렁하는 순간에 조상의 영혼이 연옥에서 천국으로 직행한다”라는 일부의 잘못된 부분을 강조한 주장을 통해서 면죄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립되었습니다. 그러나 면죄부는 라틴어 ‘Indulgentia’로 죄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벌을 면제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하는 면죄부는 잘못된 표현이고, ‘Indulgentia’는 ‘대사’로 번역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헌금형 대사의 폐단을 지적하여 트렌토공의회 제25차 회기(1563년)에서 대사를 얻기 위한 모든 부적절한 금전의 유통을 완전히 폐지하였습니다. 사람이 범한 죄는 고해성사로 용서를 받고 하느님과 친교를 회복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죄로 말미암은 벌은 남아 있습니다. 이 벌을 면제해 주는 것을 대사라고 합니다.박희중 신부rn(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