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수사 신부님과 깊은 ‘영적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우여곡절 끝에 수사신부님이 된 분이었는데, 실은 자신이 ‘사제’가 되는 바로 전날까지 ‘사제’가 되는 것을 무척이나 망설였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을 사제직으로 불러주신 하느님 앞에 ‘거룩한 직분을 한평생 올곧은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개인적 ‘열등감’인 ‘말 더듬기’때문이었습니다. 그 ‘말 더듬기’로 인해 생긴 심각한 ‘내적 열등감’은 사제가 되는 바로 전날까지 심각한 ‘절망감’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은 ‘말 더듬기’로 인해 수도원 전체 ‘공동전례’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가운데 시간전례인 ‘성무일도 선창 봉사’가 그 대표적입니다. 그분은 ‘ㄱ’발음과 ‘ㅈ’발음을 할때 유독 심하게 말을 더듬었는데, ‘성무일도 후렴구’ 안에는 첫 음절 시작단어가 ‘그리스도님’, ‘주님’ 등 ‘ㄱ’‘ㅈ’으로 발음되는 단어가 유독 많답니다.
그러니 ‘주님’을 발음하거나, ‘그리스도님’을 발음할 때에는 당연히 ‘ㅈ, ㅈ, 주, 주님…’, ‘ㄱ, ㄱ, 그, 그리스도님’이라 말을 더듬으며 선창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첫 음절을 선창하면서 말을 더듬었으니, 함께 기도하는 형제들에게도 분심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말 더듬기’ 때문에 생긴 열등감과 스트레스, 그것이 결국 사제가 되는 전날까지도 심각한 ‘절망감’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절망감’은 혼자 있을 때 ‘극단적 부정 감정’을 갖게 하는 특징이 있다 보니, 자신과 더불어 그동안 ‘말을 더듬는’ 순간 자신을 놀렸다고 생각하는 형제들까지 떠올려 미움, 원망의 마음을 가지면서, 더더욱 자신을 ‘절망의 구렁’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서품’을 앞두고 기도를 드리려 눈만 감아도, ‘사제’가 된 후 공동체 형제들과 미사를 봉헌하거나 신자들과 함께 전례를 거행할 때 ‘말을 더듬는’모습이 상상되면서 계속해서 짜증과 창피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말 더듬기’ 때문에 ‘사제직’ 포기까지 생각했던 그날, 우연히 같은 수도회 선배 신부님이 격려 차 찾아와서, 마음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를 물었답니다. 그래서 당시 힘든 상황을 말했더니, 그 신부님은 웃으며 “서품 받을 때, 땅에 엎드려 ‘성인 호칭 기도’를 하는 순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형제의 간절한 소원을 빌어봐! 꼭 이루어질거야!”고 말하더랍니다.
“자신을 비우며 온 몸을 땅에 엎드리는 공적이며 그 엄숙한 순간에 개인의 소원을 비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더니, 그 선배 신부님은 “형제의 ‘말 더듬기’ 치유가 개인적 소원이 될지, 혹은 하느님께서 ‘말을 더듬는 것’까지도 공적으로 쓰실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가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