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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낙태죄 폐지? 따져봅시다

이광호 (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1-07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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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낙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다. 형법상 낙태죄는 존재한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이 낙태죄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또다시 낙태죄가 위헌인지 아닌지 판결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게다가 낙태를 찬성하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낙태죄 폐지’ 청원을 이어가고 있다. 신자 국회의원들조차 이에 호응하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낙태죄 폐지 청원이 20만 건이 넘었다. 그 내용은 ‘①현행법은 남성 처벌은 없고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와 ‘②100% 피임은 없기 때문에 낙태수술과 낙태약이 허용되어야 한다’이다. 폐지에 유리한 여론조사가 나오자마자 정의당 대표 이정미(오틸리아) 의원은 ‘③여성의 자기결정권인 낙태가 보장되어야 여성의 존엄성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낙태죄 폐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 셋이 맞는 말인지 따져보자.

①은 사실이다. 현행법은 여성과 의사만 처벌할 뿐, 남성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이 없다. 분명한 잘못이다. 그러니까 낙태죄 자체를 없애야 할까?

낙태를 합법화한 선진국은 그 이전부터, ‘미혼부 책임법’을 철저하게 입법·실행해 남성에게 철저한 책임을 물었다. 양육비를 외면할 경우, 운전면허정지, 여권 사용정지, 벌금, 구속이 단계적으로 뒤따른다. 잠적하면 지명수배를 한다. 남성이 양육비를 지급하기 어려우면 국가가 우선 지급하고, 남성이 경제력이 생기면 국가가 구상권을 발동해 월급의 일정액을 차압한다. 미성년자라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의 실제 모습이다. 오틸리아 의원은 이 사실을 몰라서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하는 것일까? 모른다면 입법자로서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낙태죄 폐지만을 주장한다면 신앙인으로서 양심유기다.

②는 ‘미혼부 책임법’이라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복지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섹스는 게임’이라는 잘못된 성적 가치관이 확산된 결과, 책임 없는 성관계에 노출된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악이다. ‘피임’, ‘책임을 피한다.’는 뜻이다. 피임 마인드로 성관계를 하게 되면, 피임은 반드시 실패하기 때문에 결국 낙태로 떠밀리게 된다. 임신은 감기가 걸리듯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다. 임신을 유발하는 단 하나의 특정 행동을 했기 때문에 오는 인과적 결과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③의 주장과 달리, 여성의 존엄은 임신한 여성이 누려야 할 생명권을 보장받음으로써 획득된 것이지 낙태를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태아의 생사를 왜 여성이 결정하는가? 생명의 존엄성 때문에 사형제 폐지를 소명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는 오틸리아 의원이 왜 태아의 생명은 앗아가려고 하는가? 이는 ‘자기결정권 페티시’다.

그리고 왜 이런 살인의 정책을 이정미 오틸리아, 심상정 마리아 두 가톨릭 신자 의원이 주도하는가? 필자는 두 분 의원실에 전화했고 “가톨릭 신자라고 해서 교회의 가르침을 다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막힌 말을 그 보좌관에게서 들었다. 마리아 의원은 염 추기경님께서 강연하신 국회생명존중포럼 창립대회에는 왜 갔는지 궁금하다.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총을 먼저 쏜 사람이 이기지 않습니까?”

12.12 사태 이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전두환에게 하신 말씀이다. 한국 교회 큰 어른께서 하느님 생명의 법을 망각한 신자 정치인들에게 가르침을 주셔야 할 때다.

이광호 (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