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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칠죄종' 성찰합니다 (2) 질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2-26 수정일 2018-02-26 발행일 2018-03-04 제 308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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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만 안 해도 성인 된다던데…
질투와 시기서 비롯된 험담
폭력과 살인의 불씨 되기도
가장 확실한 해독제는 ‘사랑’

“지난주에 그 자매가 000 했다면서? 그 자매는 왜 맨날 그러나 몰라.”

강로사(가명)씨는 요즘 본당 모임이 불편하다. 기도하고 봉사하는 모임 자체는 좋지만 모임 후에 차라도 한 잔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오간다. 사실 각종 험담들은 실제 있는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질투, 시기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씨 또한 어느새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모임에 빠지면 자신이 험담을 당할까 걱정을 한다.

험담은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죄의 근원이다. 험담 때문에 폭력과 살인이 벌어지고, 유명인이 악성댓글로 인해 자살하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22.9%가 SNS에서 비방, 험담, 사생활을 들추는 내용을 전한 경험이 있었다. 험담하고 또 그 내용을 전하는 일이 얼마나 만연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판토하 신부는 칠죄종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저술한 「칠극」에서 “남의 나쁜 점을 생각하고, 남의 잘못을 헐뜯고, 남에게 재앙이 생길 것을 바라는 이러한 악은 모두 질투의 갈래”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 선이 생기는 것을 마치 자신에게 악이 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질투다. 그렇기에 판토하 신부는 질투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시는 것을 시기하는 일과 같다고 설명한다.

질투로 인해 생기는 죄를 막는 방법은, 남의 나쁜 행실을 생각하는 것과 헐뜯는 말을 하고 듣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험담은 처음엔 달콤하지만 결국 독이 된다”며 “험담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성인이 될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특히 성인들은 험담하는 것보다도 듣는 것이 더 큰 죄라고 가르쳐왔다. 베르나르도 성인은 “헐뜯는 말을 들었을 때, 엄숙한 얼굴빛이나 곧은 말로 그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그것을 듣고 마음에 담으며 자세히 묻는다면 헐뜯는 말을 하는 죄보다도 무겁다”고 경고했다.

내 안에 이미 자라난 질투를 치유하는 법은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1코린 13,4) 사랑은 질투라는 병을 치료하는 약과 같다. 이번 사순 시기에는 남을 험담하기보다 가족과 이웃들에게 한마디라도 사랑어린 칭찬을 건네보면 어떨까.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