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은 교회가 정한 ‘세계 병자의 날’이다. 지난 1992년,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루르드 성모 축일인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정함으로써 제정된 이후 올해로 20주년을 맞고 있다.
1992년 5월 1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병자의 날을 선포하면서 “병자의 날은 열심한 기도와 연대성 그리고 교회의 선익을 위해 고통을 바치고 병자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병자의 날 제정 20주년을 맞아 그 의미와 뜻을 알아본다.
병자의 날은 신자들로 하여금 ‘고통’에 대한 묵상을 통해 아픈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되새기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고통받는 이들에게 보인 관심처럼, 신자들과 교회 공동체가 고통의 신비를 다시금 묵상하면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실천적인 봉사를 요청하는 것이 이날의 근본적인 취지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톨릭 의료기관들이 병자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로 하여금 특별한 방식으로 보건사목에 투신하도록 격려하는 의미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2년 5월 13일 교황청 보건사목위원회 위원장 안젤리니 추기경에게 ‘세계 병자의 날 제정 서한’을 보내면서 이날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이 서한에 따르면 세계 병자의 날 제정 기념 목적은, 첫째 하느님 백성과 시민 단체와 가톨릭 의료기관이 병약자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보장해 주고 병자들에게 인간적·초월적 차원에서 고통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도와주며, 둘째 각 교구와 그리스도교 공동체 수도 단체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보건사목에 투신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셋째 자원 봉사자들의 소중한 참여를 더욱 장려하며, 넷째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신적·도덕적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다섯째 교구 사제들과 수도 사제들 그리고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병자에 대한 신앙적 도움의 중요성을 더욱 잘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서한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성모 성지 중 하나인 루르드는 구원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봉헌하는 표지로서 희망과 은총의 장소인 동시에 그 상징”이라고 강조하고 “병자의 구원이신 마리아의 도움과 병원과 의료인의 수호성인이신 천주의 성 요한과 성 가밀로 데 렐리스의 전구에 병자의 날을 맡긴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특별히 백성의 목자들과 교회 공동체 내 여러 구성원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보건사목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 모두가 시련과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봉사의 길을 새로운 헌신의 마음으로 추구해 나가도록” 당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병자의 날이 제정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배경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오늘날 이 사회에 가장 긴박하게 요청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서 그 응답이 “각 개인들과 공동체 관계 안에서 번영과 건강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소명을 확실히 수행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인간의 구원을 위한 봉사”라고 볼 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시대가 요청하는 구원 문제의 핵심을 고통의 세계를 통해 파악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참된 의미에서의 구원이란 ‘고통받고 있는 인간’ ‘세계에 대한 참된 봉사’를 통해 성취될 수 있음을 세계 병자의 날이라는 방법으로써 역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세계 병자의 날은 단순히 병자들을 위한 기도의 날로서만이 아니라 환우들에 대한 관심 속에서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 헌신의 정신을 더욱 배가시키는 가운데 신앙적으로도 성숙해 질 수 있는 노력을 신자들에게 요청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