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현대교회의 가르침] (53) 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 (하)

안소근 수녀
입력일 2015-03-10 수정일 2015-03-10 발행일 2015-03-15 제 293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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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성령의 도움’으로 성경 해석해야
성경, 교회 전통 안에서 해석
전례에서 말씀은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에게 선포되는 것
말씀은 교회 안에서 현존
세상을 위한 교회 사명은 말씀의 선포자로 투신하는 것
2. 내용

이번 호에서는 「주님의 말씀」 각 부분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 보기로 한다.

제1부. 하느님의 말씀

「주님의 말씀」 제1부인 “하느님의 말씀”(Verbum Dei)에는 특별히 계시 헌장(Dei verbum)과 비교할 점이 많다. 제1부는 다시 “말씀하시는 하느님,” “말씀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응답,” 그리고 “교회 안의 성경 해석학”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여기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의 계시 이해는, 말하자면 요한 복음 서문처럼 단도직입적이고 대단히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계시 헌장은 4항에서 히브 1,1을 인용하면서 과거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시던 하느님께서 “마지막 때”에 하느님께서 아드님을 통하여 말씀하셨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계시의 충만”(2항)이라고 했었지만, 「주님의 말씀」에서는 요한 복음서 서문에서 말하는 태초부터 계신 그 말씀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이전에도 하느님께서 창조에서부터 인간에게 말씀하셨고 구약의 역사를 통해서도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에게 들려온다는 점은 계시 헌장에서나 「주님의 말씀」에서나 마찬가지라 하여도, 그 말씀이 바로 한처음에 계셨고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며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조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서는 창조 안에서, 그리고 구약의 역사 안에서 인간을 향하신 그 하느님의 말씀이 바로 마지막 때에 사람이 되신 그 말씀임을 강조한다.

이렇게 해서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성경의 형성과 그 해석까지를 이어주는 것이 교회 안에 계시는 성령과 성전이다. 「주님의 말씀」 제1부에서 성경 해석과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에 대한 강조이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의 이해에 따르면, 성경 해석을 위하여 전통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성경이 성령의 작용으로 바로 그 전통 안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가톨릭 성경 해석의 고유한 특징이 바로 여기에서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에서는, 성경이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성전) 안에서 형성되었고 그 전통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사도들과 함께 생활하시던 때부터 성전은 생겨나고 있었고 그 전승 안에서 성경이 기록되었으니, 성전은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없고 오히려 성경이 형성된 모태이다. 그리고 성경이 이렇게 신앙 공동체에서부터 생겨났기에 “성경 해석의 본래적 자리는 교회의 삶”(29항)이다. 성경은 “하느님 백성에 의하여, 하느님 백성을 위하여,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었고(30항), 따라서 성 예로니모가 말하듯이 성경해석에서 교회성은 외부로부터 부과되는 목소리가 아니다. “그 책은 바로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이며, 오직 이 백성의 신앙 안에서 우리는, 말하자면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주파수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30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풀어가기 위한 하나의 열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주님의 말씀」에서는 현대의 역사 비평적 방법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들로 성경 연구에서 주석학적 차원과 신학적 차원이 분리되어 성경이 “단지 과거의 본문이” 되고 만다는 점과 “세속화된 해석학”이 신앙의 해석을 대체하여 모든 것을 인간적 요소로 환원시키고 만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34항). 그런데 그 극복은 전혀 새로운 방법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교회 안에서 그 성경이 해석되어 온 “전통”을 되살리는 것으로 추구된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이와 같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진 성경의 형성 과정과 그 해석 방법 사이의 깊은 연관에 대해서 계시 헌장 12항에서는 이미 “성령을 통해 쓰인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주님의 말씀」에서는 여기에 제시된 원칙들을 좀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성경을 성경으로서 즉 교회에 주어진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읽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들이다.

2012년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성탄 전야 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복음서를 들고 있다.【CNS 자료사진】

제2부. 교회 안의 말씀

제2부와 제3부에 대해서는, 지면상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언급만 할 수밖에 없겠다.

제2부 “교회 안의 말씀”에서는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며 그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늘 교회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을 말한 다음 구체적으로 전례와 사목, 교리 교육, 그리고 신자들의 생활에서 하느님 말씀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설명한다.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 폐막 메시지에서는 교회를 “말씀의 집”이라고 표현했었고(메시지 3장 6항), 「주님의 말씀」에서도 그 표상을 사용한다. 여기에서도 의미가 깊은 것은 요한 복음 서문과의 연결이다. 「주님의 말씀」 50항에서는, “교회의 참 얼굴은 사람이 되심으로써 우리 사이에 천막을 치러 오신(요한 1,14 참조)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수용으로 규정되는 실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던 그 말씀을 받아들인 이들이(요한 1,12 참조) 교회를 이루고, 말씀은 교회 안에 세상 끝 날까지 현존하신다. 교회는 무엇보다 앞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51항). 교회가 해야 하는 모든 일들 가운데 말씀을 듣는 것이 첫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그 말씀을 듣지 않고서는 교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착실한 제자처럼 스승이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들은 말씀을 선포하고 또 살아야 한다.

말씀께서 교회 안에 현존하시는 특전적 장소는 전례이다. 전례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과거의 문헌으로서가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 살아있는 말씀으로 선포된다. 이러한 이해는 전례 헌장 7항에서 처음 나타났었는데, 「주님의 말씀」 52항에서는 전례헌장의 그 본문을 인용하면서 그리스도께서 “당신 말씀 안에 현존하시어,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에 당신 친히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3부. 세상을 위한 말씀

한편 제3부 “세상을 위한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말씀과 세상의 관계에서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계속해서 요한 복음 서문을 따라간다면, 요한 1,18에서는 아무도 하느님을 본 일이 없는데 외아드님이신 그분께서 이 세상에게 아버지를 보여 주셨다고 말한다(90항).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계시자가 되시고,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이 이 세상에 들어와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생명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2부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받아들인 교회는(말씀의 수신자) 말씀의 선포자로서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91항). 「주님의 말씀」에서는 그러한 교회의 사명을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한다. 그 첫째는 말씀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에 투신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주님의 말씀」의 중심 주제는 “말씀”만이 아니라 “말씀”과 “교회”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주님의 말씀」은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여러 방향에서 커져가는 성경에 대한 관심들을 그 말씀의 수신자이며 선포자인 교회를 중심 축으로 하여 한데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황 권고는 “교회는 말씀으로부터 태어나고 그 말씀으로 살아간다”(3항)는 것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그 지체들의 사명을 일깨우고 있다.

안소근 수녀는 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소속으로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가톨릭 교리신학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안소근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