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어주소서
“에파타 제 삶을 열어주소서
/어둠의 방황을 뚫고 나는 일어서리라”
모든 희망이 끊어져 체념하는 것을 ‘절망’이라 한다. 얄팍한 위로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이에게 닿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주님의 위로는 다르다. 우리의 모든 것을 이해하시는 주님께서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이에게 다가가셔서 다시 희망으로 이끌어 주신다. 임두빈(안드레아)씨는 절망의 깊은 골짜기에서 주님을 만났고 희망을 다시 붙잡았다. ‘열어주소서’는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고백이다.
“저처럼 아버지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셨어요. 그 사고의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셨죠.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은 매형이 그 충격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저 또한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헤어졌죠.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어요. 그렇게 되면서 혼자 아들을 키웠어요. 너무나 큰일이 계속 닥쳐오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임씨는 절망에 빠져 있던 중 ‘에파타’(마르 7,34)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만나 큰 힘을 받았다. 그 힘은 바로 기도할 수 있는 힘이었다.
“‘열어주소서’는 하느님께서 주신 곡이라 생각해요. 이 성가를 통해 큰 힘을 받았으니까요. 제 마음과 삶을 주님께서 열어주시길 간절히 청하는 그런 성가입니다. 또한 우리 가정의 고통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고 새로운 힘을 주시길 청하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청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한다는 것이고, 희망하게 되면 절망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 일어나 비추어라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2014년 8월 임씨는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는 말씀을 묵상하며 성가를 만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맞아 봉헌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다.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았습니다. 현악 앙상블과 함께 반주를 만들고 저를 포함해 9명의 찬양사도들이 함께 불렀습니다. 시복을 기념하고 시성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이 마음이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이는 교회 차원의 기념사업이 아니었다. 임씨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벅찬 일이었지만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봉헌하겠다는 마음뿐이었다.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입원했을 때 저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올해로 25년째 찬양사도로 살아오고 있고 한국가톨릭음악저작권협회 사무국장이며 생활성가 음반 제작에도 힘쓰고 있죠. 그런데 이 모든 일은 교회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하는 일입니다. 쉬운 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죠.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길이기에 걸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가길 원합니다. 이 길이 하느님을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