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심장들은
“길을 찾지 못 했기에 주님께서 부른 것인가”
대학에서 설치미술을 전공한 강훈(바오로)씨가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성당 관리장을 시작하자 주변의 걱정과 핀잔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 하느님께서 마련하셨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저의 지향점은 선교사입니다. 선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관리장은 그것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어요. 가톨릭교리신학원을 다닌 것도 그러한 준비 과정이었죠. 교회에서 일했기에 교회의 구석구석을 알 수 있었고요. 이 모든 일이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자 하느님의 섭리로 이뤄진 일이었습니다.”
신앙과 삶이 분리된 신자들의 모습, 자본주의에 물든 교회의 모습, 이기적이고 배려할 줄 모르는 공동체의 모습 등, 교회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미처 보지 못했을 교회의 어두운 모습을 보면서 신앙에 있어 더욱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듣는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하게 된다.
“무대에 섰을 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교무금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올바른 신앙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하죠. 사실 그럴 때 ‘네가 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저 또한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저일 필요는 없죠. 하지만 깨달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10년간 일했던 관리장을 그만두면서 강씨는 열흘간의 휴가를 받아 호주를 다녀왔다. 당시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바오로의 선교 여행을 떠올렸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는데 바오로 사도가 전도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그리고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죠. 그때 하느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걱정하지 말고 돛을 올려봐. 너의 배를 바람으로 이끌어 줄게. 잘못 간다면 다시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테니 두려워하지 마’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때의 불안과 하느님의 위로를 담은 곡이 ‘바람의 심장들은’입니다.”
‘바람의 심장들은’에서는 두려움뿐 아니라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강씨의 마음이 엿보인다. 또한 이 성가에는 그러한 마음을 이미 아시는 하느님께 이끌어 주시길 청하는 기도가 담겨 있다.
“찬양사도는 예언직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말씀을 음악으로 선포하는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찬양사도를 넘어 선교사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의 쇄신을 촉구하는 그런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기도합니다.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저에게 주신 하느님의 길이 바로 이 길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