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은 인간 존엄 훼손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비정규직 임금·조건 등 정규직과 격차 심해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 절실
김 학생: 신부님!
이 신부: 그래, 요한아, 잘 지냈어? 이제 고등학생 됐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김 학생: 신부님, 저희 아버지가 실직을 당하셨어요. 다니시던 공장에서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그저께 문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대요. 이 신부: 아, 저런! ■ 삶의 터전으로서 일자리 어렸을 적 아버지가 실업을 당했던 기억이 있으신 분들 계실 겁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아버지의 실직은 참으로 큰 어려움입니다. 돈이 없어 학교 등록금을 내지 못하고, 끼니를 굶어야 하며, 연탄불을 떼지 못해 온 몸으로 눈물과 설움을 받아내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나라의 가장 큰 사회 현안은 ‘일자리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88만원 세대’(20대 비정규직 청년의 평균월급)라는 용어까지 있을 정도로 지금도 고용불안과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그 중심엔 비정규직 현상이 있습니다. ■ 세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인 시대 최근 비정규직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직접고용이 아닌 한시적, 간접 고용형태를 뜻하는 비정규직은 2018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그 숫자가 최소 약 640만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 중 33%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향후 저성장,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며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활동에서 비정규직이 없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애시당초 불완전한 고용이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갖습니다. 문제는 예외적이어야 할 비정규직이 너무나 많아진다는 것과, 정규직과의 임금 및 근무 조건 등의 격차가 심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입니다. 차별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저학력, 미숙련, 노약자와 여성, 청소년 그리고 외국인 같은 취약계층에 집중됩니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차별이 심화되다 보니 고용이 불안해지고 인권, 건강, 소득불평등과 사회갈등 문제가 심화됩니다. 비정규직 종사자에게 더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맡기기도 합니다.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비정규직 종사자들에게 더 특별한 제도적 보호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