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82. 생명과 건강 "의료 환경발전의 척도인 공동선”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1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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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회교리」 188항
공동선 배제된 의료 선진화, 인간 존엄 해칠 수 있어
기술력과 자본 바탕으로 하기에 민영화 위험 있는 의료 디지털화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사람 없도록 공동선 기반에 둔 안전망 구축 시급

■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바야흐로, 건강관리도 스마트해진 시대가 왔습니다. 손목의 스마트 워치로 걸음수, 심박수, 혈압과 혈당, 심전도와 생리주기, 수면리듬까지 체크·수집됩니다. 모인 정보가 의료기관의 데이터 센타 및 개인스마트폰 어플과 연동돼 나에게 맞는 건강관리방법과 운동프로그램, 다이어트를 설계해 줍니다.

보험어플과도 연동돼 운동 활동량과 건강관리 정도에 따라 보험료도 할인 책정됩니다. 어떤 어플은 환자의 유전정보를 수집해 보인자(carrier)검사와 음식물반응, 질병발생률과 취약도까지 미리 분석해 제공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대용량 클라우드, 최첨단 센서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보입니다. 그리고 지난 8월 5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습니다. 기업은 이제 가명·익명정보에 대한 활용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의료기관 정보통신, 의료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제약분야와 프로그램 및 디지털 플랫폼 개발이 파트너십을 이루는 가운데 점차 4차 산업시대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4차산업 혁명과 팬데믹 대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형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로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을 선포했고 디지털 헬스케어는 본격적으로 발전하려 합니다.

■ 원격의료(Telemedicine)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중요한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원격의료(Telemedicine)입니다. 현행 의료법 상 원격의료는 의사-의사·간호사 간 원격의료만 허용되며 이는 진찰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화상통신 등을 통해 먼 곳의 의료진과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는 원격의료 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이미 원격진료를 통해 8296명에 대한 정신과진료를 시행했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지난 3일 원격의료 확대 대통령 행정명령이 발표됐습니다. 영국은 이미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무료로 원격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지난 6월 재외국인 대상 비대면 진료 앱의 시범판이 출시됐고, 경기도 이천병원이 원격진료와 유사한 비대면 진료를 도입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민영화와 오진 가능성, 의료과실과 병원산업생태계의 빈익빈부익부를 초래할 수 있어 반대여론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스마트-디지털-언택트 병원과 접근성이 용이한 원격의료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더 확산될 추세입니다.

■ 건강과 높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갈망 그리고 식별

감염병 사태로 사회적 가치, 공공성, 사회안전망 강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수명 연장으로 인해 윤택한 의료혜택에 대한 열망도 높습니다. 오늘날 과거와 비할 데 없는 기술적 발전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화된 의료시스템은 결국 기업의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하기에 의료민영화 위험이 존재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보았듯 가난한 사람은 치료도 못 받는 극단적 상황이 의료민영화가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상황입니다.

데이터권력이라 부르듯 데이터 3법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지에 대한 숙제를 남깁니다. 그리고 디지털화된 의료시스템이 모든 이의 건강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현대사회의 숙제는 점점 벌어져 가는 개인과 사회의 격차에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부의 양극화, 지역과 계층 간 차이, 도시와 시골, 능력주의, 남성과 여성, 이제는 노인과 세대 문제로 번지는 격차의 문제는 사회의 건강함을 저해하고 인간발전을 침식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든 이가 상생하는 곳입니다. 그런 사회가 생산한 가치의 총화는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포함, 인간 존엄과 약한 이에 대한 배려와 같은 정신적 성숙함이 녹아든 문화와 분위기가 망라된 것입니다. 이를 공동선이라 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66항) 그러므로 의료 환경의 선진화는 공동선과 함께 이해돼야 하며 인간을 지키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냉정한 식별이 필요해 보입니다.

“모든 경우에 올바른 의미의 공동선은 언제나 보조성의 원리를 적용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어야 하며, 인간의 탁월성에 대한 수호와 증진, 그리고 그 사회적 표출 방식은 공동선에 대한 요구에 추호도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88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