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밝았다.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선포와 아울러 신부님이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된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뜻깊은 올해를 맞아 ‘청년 김대건 길’이 조성됐고 기념 물품들이 제작되고 김대건 신부님 관련 성지들에서는 행사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김대건 신부님이 지닌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대건 신부님은 ‘한국의 첫 사제’라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되신 이유도 신부님의 평등사상과 박애주의 때문이다.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여기고 한결같이 사랑했던 마음, 사람들이 서로를 한결같이 사랑하도록 이끈 삶이 세계적으로 감동을 준 것이다. 세계를 울리는 신부님의 평등과 사랑의 길은 복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복음 속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가장 큰 첫째 계명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0)이다. 김대건 신부님은 하느님을 ‘임자’라고 부를 만큼 사랑하셨다. 물론 배우자가 원수라고 생각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신부님은 하느님을 목숨도 아깝지 않은 배우자로 사랑하셨다. 그런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서 실제로 목숨까지 바치셨다.

그만큼 소중했던 하느님이 아끼고 사랑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따라왔다. 하느님이 사랑한 사람들을 형제로, 벗으로 사랑한 신부님의 삶이 사람들을 평등한 형제적 사랑의 길로 이끌었다. 오죽했으면, 박해 중 신부님 편지 내용에 포졸들의 잡담 내용을 보면 누군가의 선하거나 훌륭한 행적에 대해 “필히 천주교 신자의 소행일 것이다”라거나 “자네도 천주교 신자인가?” 묻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느님을 모든 것 다해 사랑했던 신부님의 삶이 둘째 계명인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는 것까지 완성한 것이다. 신부님은 예수님께서 전하신 계명과 복음을 몸소 보여주셨고, 예수님께서 그렇게도 알려주고자 하셨던 하느님 나라를 바로 이곳, 우리나라에서 보여주셨다.

하느님 나라는 뜬구름 잡는 것도, 그저 성경책의 글자뿐인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 속에서, 우리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마주한 것이다. 우리는 참 복 받은 민족이다. 하느님 나라를 이렇게 가까이 체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실 만큼 김대건 신부님과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나 보다.

하느님과 김대건 신부님이 우리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시는데, ‘청년 김대건 길’을 소풍 길로, 성지를 풍경 좋은 공원으로, 희년 기념행사를 일회적 해프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길과 시간을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 신부님께서 목숨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신 임자 하느님 사랑을 느껴본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하느님 나라를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