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소통’의 삶,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하느님의 모든 백성은 교회의 사명 수행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은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여, 각자가 받은 선물과 각 성소에 알맞은 행동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할 의무에 부응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38항)
■ 멋진 어른 어쩌다 어른이 된 필자도 어른의 역할이 무얼까 고민합니다. 어른의 역할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이웃을 배려하고, 내 중심적 삶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적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권력과 재물, 명예의 욕망과 욕심이 아니라 비록 힘들지만 불편과 쓴소리, 희생을 감내하면서 성숙함, 책임 의식, 공정과 사랑을 지향하는 삶, 그게 바로 어른의 모습, 높은 곳에 있는 분들이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그래서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모든 교육은 사회의 선익을 지향하는 인격 형성을 추구하고, 인간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며 어른이 되어 그 사회의 책임을 맡을 것을 강조합니다.(242항) ■ 고난들 그럼에도 멋진 어른으로 산다는 건 참 어려워 보입니다. 희생과 헌신은 멋있지만 괴로움과 손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심지어 모욕과 고난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엇입니까? 리더와 책임자의 모습은 그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사랑하고 주님으로 믿는 것입니다. 사도들의 삶도 마찬가지였는데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고, 여행하는 동안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2코린 11,25-27) ■ 하느님 중심 삶으로의 전환 가톨릭교회는 사회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하고,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며, 협력을 통해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고자 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25항) 그럼에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이 늘 있게 마련입니다. 기후위기로 올해 여름 폭염과 폭우가 예고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삶이 취약한 이웃들의 안위가 염려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같은 국제 갈등을 비롯해서 여러 산적한 사회문제, 갈등들도 큰 걱정입니다. 어른들의 역할이 더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전환과 회심이 필요합니다. 그 핵심은 ‘내 욕심과 불통’이 아닌 ‘사랑과 소통’의 삶이며 이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