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조깅 위에 줍깅
김씨는 자기도 모르게 ‘줍깅’(plogging)의 선구자가 됐다. ‘줍깅’, 즉 ‘플로깅’은 스웨덴어의 ‘이삭을 줍다’는 의미의 ‘플로카 우프’(plocka up)와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돼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지금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는 생활 속 환경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줍다’와 ‘조깅’을 합성한 ‘줍깅’으로 불린다.
김씨가 체험으로 안 것처럼 실제로도 줍깅은 단순한 조깅이나 걷기보다 더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조깅 또는 걷기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활체육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20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즐기는 생활체육이라고 응답한 것은 ‘걷기’로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했다. 등산(22.8%)과 체조(11.4%)가 뒤를 이었다.
줍깅은 조깅보다 칼로리 소모가 더 많다. 스웨덴 피트니스 앱 ‘라이프섬’(Lifesum)의 조사에 따르면, 30분 동안 조깅을 하면 235㎉가 소모되는데, 줍깅은 288㎉가 소모된다. 조깅에 비해 줍깅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허리를 굽혀 쓰레기를 들어 올리는 등 상체와 하체의 근력 운동을 고루 하게 된다. 운동 전문가들은 쓰레기 1개를 줍는 것은 스쿼트 1회, 또는 런지 1회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말한다.
■ 지구를 살리는 쉬운 방법
걷기가 가장 쉬운 운동이듯 줍깅은 지구를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에코백이나 종량제 봉투, 장갑과 집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2020년 환경의 날을 기념해 전국 13개 지역, 215명의 시민과 함께 5월 31일 2시간 동안 생활 속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 분류해보니,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담배꽁초로 절반(54%, 6488개)을 차지했다. 각종 비닐봉지와 포장지가 1965개로 2위, 일회용 종이컵이 655개로 3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654개로 4위였다.
줍깅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하는 환경 실천이지만 특히 MZ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젊은이들에게 생태환경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친환경적 삶은 일상적 관심사가 됐다. 그런 관심사가 가장 대중적으로 일상화된 것이 줍깅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특별히 건강과 놀이, 환경보호를 동시에 실천하는 줍깅을 자신들의 의미있는 문화로 공유한다.
■ 교회도 줍고 줍고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줍깅에 교회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승수 요셉 신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갑천 국가습지 지정을 촉구하는 거리미사와 함께 갑천 일대에서 줍깅 행사를 매주 실시했다. 위원회는 4월 8일까지 총 13회에 걸친 미사를 통해 갑천을 자연하천구간 국가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줍깅을 통해 갑천 일대를 깔끔하게 단장했다.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호균 마르코 신부)는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4일 대구 도심 순교자 길을 따라 ‘줍깅토킹’ 행사를 진행했다. 교구 내 15개 본당과 2개 단체, 시민들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대구 대안성당에서 출발해 서문로와 주교좌계산성당, 관덕정, 성모당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환경보호와 순례, 토크를 접목해 펼쳐졌다.
대전교구 당진 신평본당(주임 이의현 베드로 신부)에서도 지난 5월 9일 줍깅에 나섰다. 신평성당에서 원머리성지까지 총 4㎞ 구간에서 성지순례와 환경보호를 겸한 줍깅을 실시했다.
■ 줍깅 바르게 실천하기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실천이지만 줍깅도 나름대로 꼼꼼한 준비와 사후처리가 요구된다. 걷거나 달리는 활동이므로 편안한 복장과 운동화는 필수다. 오염이 심하거나 손으로 줍기 어려운 쓰레기 처리를 위해서 집게가 필요하고, 유리 조각이나 쇠붙이에 다치지 않도록 목장갑, 그리고 주운 쓰레기를 담을 종량제 봉투를 갖춰야 한다. 또한 나름대로 적지 않은 활동과 몸쓰기를 해야 하기에 스트레칭을 포함한 적절한 사전 준비 운동도 필요하다.
줍깅 후 사후 처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 쓰레기는 가져간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폐기하면 되지만,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분리배출을 해야 줍깅을 통한 환경보호 노력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줍깅 후 모아진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수거함을 설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