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의정부교구 청년 기후모임 ‘청숲’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 이하 생태환경위)는 올해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위한 소통과 배움의 장을 만들자”는 생각에 청년 모임을 구상했다. 교구에 퍼져 있는 청년들을 어떻게 모을까 고민하던 차, 우선 교구 주보 속지를 통해 단체 개설을 공지했다. 20·30대 청년으로 가입 요건을 정했다. 당시 모임의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5월 15일 창립미사에 30여 명의 청년이 모였다. 청년기후모임 ‘청숲’의 시작이었다.
모임의 주체는 청년…자발적으로 기쁘게!
“기후위기 시대에 가톨릭 청년 한 명 한 명이 나무가 되어서 숲을 이뤄요”(청년 기후모임 ‘청숲’ 포스터 중)
생태환경위는 젊은 세대일수록 기후위기를 더욱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두 가지 방향성을 골자로 모임을 기획했다. 첫 번째는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청년 신앙인들이 마음을 모으고 활동할 수 있는 장 제공’, 두 번째는 ‘청년 세대에 맞춰 회원들이 먼저 의견을 나누고 마음을 모아 단체 활동 내용과 실천 사항들을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이다.
그리고 모집 홍보 포스터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청년을 모집합니다.”
그렇게 5월 15일 창립미사와 함께 여정이 시작됐다. 세 번째 월례모임에선 기후모임의 명칭이 ‘청숲’으로 정해졌다.
‘청숲’ 모임의 기본은 월례미사와 월례모임, 그리고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나누는 것이다. 청년들은 매월 회칙의 정해진 분량을 읽고 미사 강론 시간에 짧은 강의를 듣는다. 이런 기본적인 틀은 생태환경위가 마련하지만, 활동과 실천 사항을 의논하고 추진하는 건 거의 청년들 몫이다. 정했던 방향성대로 청숲의 ‘콘셉트’를 청년의 자발적 참여와 결정으로 유지했다.
위원장 김승연 신부는 “‘청숲’에서 청년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대화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위원회에서 아이디어 제안을 하더라도 숙의 과정을 거치는 등 최대한 청년들이 스스로, 또 기쁘게 실천하는 쪽을 지향한다”고 했다.
어느새 100여 명 모여들어…챌린지 등 다양한 활동 모색
그렇게 청숲은 창립 후 청년들 주도로 지역별 플로깅,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동두천 가르멜 수녀원 방문과 미사 봉헌, 봉사활동 등으로 서서히 확장해 나갔다. 특히 플로깅은 고양시 권역, 의정부시 권역, 구리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날짜를 정해 모인다. 그러던 중 모임 창설 5개월 만인 10월 회원이 100명까지 늘었다.
예상 밖 청년들의 뜨거운 관심에 활동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11월 30일엔 가톨릭농민회 농부가 운영하는 경기도 연천의 친환경 블루베리 농장에 일손돕기를 다녀왔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 생태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2월 13일엔 일산 에피파니아 청년센터에서 대한민국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와 기후위기와 관련한 토크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 대림 시기 챌린지를 교구 주보 속지로 홍보하고 있다. 대림 1주차엔 일회용품이 아닌 텀블러, 손수건 사용하기가 실천 사항이었다. 카카오톡 단체방과 SNS를 통해 챌린지 인증사진을 릴레이로 공유한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모임의 체계도 점차 잡혀가고 있다. 포스터 디자인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홍보부’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제는 청년 회장단을 구성할지에 대해 논의가 오가고 있다.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곳이면 청년이 모여요”
‘청숲’ 모임 초창기 생태환경위는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청년들만 모일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모이는 청년들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청년들뿐 아니라, 활동을 한 번도 안 해본 청년, 예비신자, 냉담교우까지 모였다.
의정부교구 식사동본당 박정현(스테파노) 씨는 “사실 전에는 환경, 기후위기를 따분한 주제로 여겼었다”면서 “탄소중립을 다룬 뉴스 몇 개를 보고 생각이 바뀌고 있던 와중에, 지인의 추천을 받아 ‘청숲’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청숲’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기후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모이니 마음껏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모임은 신앙도 영글게 했다. 박정현 씨는 “월례미사 때 강론과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인간이 파괴하는 현실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기후와 생태에 큰 관심이 없던 청년들도 ‘청숲’ 활동을 통해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학습하고 있다. 생태환경위는 “기후위기에 대한 청년 세대 관심이 생각 이상으로 더 보편적이고, 가치와 의미를 발견한다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교회에 모인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김승연 신부는 “‘청숲’ 활동은 단순한 기후운동을 넘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 피조물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믿는 바를 실천으로 옮기며 신앙의 의미와 가치도 함께 발견하게 도와주고 있다”며 “청년이 직접 가꾸어 나가는 ‘청숲’을 성령께서 곧 맞이할 내년에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 문의: ‘청숲’ 인스타그램 DM(@youth.forest)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