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천 지역 순교자들과 페롱 신부 흔적 남아있는 산막골과 작은재
충청남도 서천군에 자리한 천방산 산막골(판교면 금덕리). 여느 교우촌과 마찬가지로 수풀이 우거지고 산세가 험준한 이곳은 서천 지역 신자들이 숨어들어 신앙공동체를 이루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페롱 신부의 사목 거점도 바로 산막골이었다. 페롱 신부는 1858년 9월 24일과 25일, 1859년 9월 27일 등 총 6통의 편지를 산막골에서 작성했다. 그동안 산막골 교우촌에 대해서는 경북 상주시 모동면 신흥 1리에 있는 산막골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페롱 신부의 집 주인이자 복사로 활동했던 황기원, 황천일 등이 거주했던 곳이 서천 산막동이었던 점 등으로 보아 페롱 신부가 사목 중심지로 삼고 여러 차례 서한을 작성한 곳은 서천 산막골(현 서천군 판교면 금덕리)이 확실하다는 게 2010년 호남교회사연구소 서종태 박사가 발간한 「박해기 서천지역 천주교회사에 대한 연구」 자료집을 통해 밝혀졌다. 또한 황석두(루카) 성인 일가가 충청북도 연풍에서 이주해 와 1866년 병인박해가 있기 전 10여 년 동안 머물면서 참회와 보속의 삶을 살았던 곳이라는 것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산막골은 페롱 신부뿐 아니라 다블뤼 주교의 사목 중심지이기도 했으며 순교자들이 형벌을 받은 장소로, 순교사적지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특히 서천군 문산면 수암리 산 78번지의 천방산 기슭은 수암리의 독뫼공소 터와 판교면 금덕리의 작은재공소 터를 이어주는 고갯마루로, 이름 없이 살다간 숱한 신앙 선조들의 줄무덤이 있던 자리였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천 지역 사목 중심지를 2010년 당시 대전교구 서천본당 주임 정성용(요한) 신부가 발굴, 독뫼공소와 작은재공소 터, 작은재 줄무덤 터에 기념비를 세워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있다. 또한 산막골에는 예수님상을 중심으로 황석두 성인상과 돌제대, 십자가의 길 14처와 순례자를 위한 작은 쉼터를 마련했다.
서천본당(주임 박성준 세례자 요한 신부)은 두 순교사적지를 잇는 옛길 3.5㎞를 순례길로 복원하고 있고, 서천 지역 교회사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순교사적지로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