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프리즘] 성탄특집극 ‘1990년 12월 24일 눈 쏟아짐’

입력일 2018-12-21 수정일 2018-12-21 발행일 1991-01-13 제 173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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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랑의 종교적 승화’ 연출의도에 못미쳐

여기자와 수사의 사랑 그려
교회관계자 의견 수렴해야
실제와 가까운 종교용어·소품 사용
KBS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미니시리즈 2부작 ‘1990년 12월 24일 눈 쏟아짐’ 최현 극본, 공영화 연출)을 방영했다.

12월 23·24일 양일간 방영된 이 드라마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도회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방영 전부터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드라마는 KBS가 매년 공모하는 미니시리즈 90년 당선작으로서 한 월간지 여성 편집장과 수도회 수사와의 사랑을 통해 쉽게 변질되는 속세의 사랑을 부정하고 완전한 사랑으로의 승화과정을 그린 것.

일반적으로 TV나 영화 등에서 신부나 수녀를 소재로 다룰 때는 흥미 위주로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는 지금까지 주로 극화돼온 수녀원을 배제하고 수도원과 수사들의 삶과 고뇌를 표출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방송사상 처음으로 수사들의 삶 그리고 사랑을 극화한 이 드라마에 쏟은 제작진들의 열의와 사실 접근 노력 등 의욕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소재 자체가 갖는 어려움 때문인지 몇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 앞서 방영된 몇 가지 가톨릭소재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1990년 12월 24일…’도 소재자체의 진부성은 그대로 드러냈다.

주인공인 미카엘 수사가 수도원을 떠나는 장면에서 왜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밀도 있게 접근하지 못하고 여주인공 카타리나와의 사랑에 대한 갈등 즉 인간적 요소에 치우친 감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당초 “사랑의 힘이 인간에게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지칠 수 있으며 신과 연결된 인간의 사랑이 어디까지 승화될 수 있는가 보여 주겠다”고 한 연출가의 연출의도를 제대로 담지 못한 듯 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수도자의 인간적 신앙적 갈등 등 고차원적인 것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들의 신앙적 성숙도 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제대로 그려낼 수 없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 수도회 특성상 일반인들에게 수도회 생활을 전면적으로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작 의욕과는 달리 부분적으로 밖에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가톨릭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보다 충분한 고증과 사실에 입각한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990년 12월24일…’은 과거 드라마들과 달리 용어부분에 있어 상당히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었으며 소품들도 거의 실제와 가깝게 사용했다.

또 촬영도 경기도 광주 덕소 일영 등지의 야외 촬영과 더불어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회관·논현동 성바오로서원 등에서 촬영, 현실감을 높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류의 드라마들은 방송매체를 통해 가톨릭을 알리는 간접전교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요청되며 방송사측에서도 교회의 특수성을 인정, 이러한 드라마를 제작할 때 더 진지하게 교회의 목소리를 수렴할 필요가 있다.

90년 성탄 특집극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걸맞게 방영됐으며 수도회가 보다 친근하게 일반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되기도 했다.